이상준 지명연구가(전 음성교육장)

▲ 이상준 지명연구가(전 음성교육장)

6.25 전쟁이 끝나고 휴전 협정을 맺은 지 벌써 72년이 흘렀다. 30년을 한 세대로 본다면 두 세대 하고도 반이 되니 이제는 성인으로서 6.25 전쟁을 경험한 세대는 거의 사라져 가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10대의 어린 시절에 전쟁을 경험한 사람들도 80세가 넘어서게 되어 사회를 이끌어 나가는 역할을 할 수 없는 나이가 되니 6.25 전쟁이 이제는 역사 속으로 묻히는 듯하다.
하지만 6.25 전쟁을 겪은 세대가 사라지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6.25의 진짜 이름, 참다운 이름, 역사 속에 길이 남을 이름을 남겨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의 역사에서, 미래의 통일 한국에서 6,25 전쟁을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까?
6.25 전쟁?, 한국 전쟁?, 남북 전쟁?, 자유 수호 전쟁?, 조국 해방 전쟁?, 통일 전쟁? 6.25 전쟁의 명칭 문제는 건국일 논란과 마찬가지로 학문적, 역사적 관점에 따라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치열한 논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지만 더 늦기 전에 매듭을 지어야 할 것이다.
7-80 년대까지만 해도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6.25 전쟁’이 아니라‘ 6.25 동란’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못이 박히게 가르쳐 왔는데 어느 순간엔가 국민들의 합의도 없이 은근슬쩍 ‘6.25 전쟁’으로 바뀌었다. 누가, 왜 바꾸었을까?
6.25 전쟁을 무엇이라 부르더라도 우리는 3년이나 이어진 국제적 전쟁을 70여 년이 지나도록 전쟁 발발 날짜로 이름을 부르는 옹색한 현실에 갇혀 있었다. 조선시대에는 임금이 돌아가신 후에야 그 업적을 평가하여 ‘태조, 세종’과 같은 역사적인 왕의 명칭을 지어 불렀던 것처럼, 6.25 전쟁도 이제 후손들이 대대로 불러야 할 이름을 바르게 지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외국에서는 '한국 전쟁'(The Korean War)으로 부르는데 이는 타자의 시각을 반영한 명칭일 뿐이다. 미국은 1861년 발발한 남북 전쟁을 ‘내전(The Civil War)’이라고 부른다. 미국은 노예제도를 둘러싼 갈등으로 일어난 이 전쟁을 내전이라고 명명함으로써 미국 연방 내의 충돌임을 분명히 했다. 누가 잘못했고 누가 승리했는지 등의 내용은 담지 않았다.
이처럼 6.25 전쟁에 바른 이름을 붙이려면 북한에 대한 개념 정립이 바로 서야 한다. 작년도부터 북한의 김정은은 남한에 대하여 통일되어야 할 한 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로 규정하고 ‘통일’이란 글자를 지우기 시작하였다. 그렇다면 북한에서 부르는 ‘조국 해방 전쟁’이라는 명칭은 의미가 없어지므로 사용하지 말고 바꾸어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북한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6.25 전쟁이 남침이냐 북침이냐 하는 이념 논쟁은 명칭을 정하는 데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 그보다는 이 전쟁이 나라와 나라 사이의 전쟁이냐 아니면 한 나라, 한 민족 안에서 벌어지는 내란이냐 하는 문제를 짚어보아야 한다.
우리나라 헌법 제3조에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으며 아직도 가족이 남북으로 나뉘어 함께 만날 수 있기를, 한 나라가 되어 서로 오갈 수 있기를 바라며 통일을 기다리는 수많은 국민들이 있다. 역사적으로는 강대국에 의해 강제로 분단의 아픔을 겪어왔고 나아가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은 동족상잔의 전쟁까지 겪은 우리 민족으로서는 통일의 당위성을 부정할 수는 없는 것이며, 양육강식의 국제사회에서 우리 민족이 살아갈 길도 통일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는 것이다.
언론에서 전후세대들인 청소년들에게 통일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는 것을 가끔 보게 되는데 청소년들은 전쟁 세대가 아니고 우리의 아픈 역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에 우리 민족의 미래를 바라볼 때에 바람직하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하는 것도 기성 세대들의 몫이고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닐까?
그렇다면 더 늦기 전에 우리 온 국민이 합심하여 지혜를 모아 미래의 통일 한국에 걸맞는 6.25전쟁의 이름을 만들어 후손들에게 전해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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