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시인

▲박용진 시인
▲박용진 시인

홀로되어 쓸쓸한 마음이나 느낌이라는 뜻의 '외로움'은 누구나 느껴봤거나 진행 중으로서, 쉽게 해소하기 힘든 감정이다. 조금 전까지 지인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더라도 헤어지고 나면 공허함이 깃드는 것을 누구나 경험한다. 소외와 고립된 상태의 독거인의 경우 심각한 사건을 일으키기도 하여 외로움은 사회적인 문제가 된 지 오래다.

외로움은 태생적인 현상일 뿐이며 죽을 때까지 그냥 견디거나 방치해야만 하는 것일까. 엄마의 뱃속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아기는 분리가 되며 '혼자'가 되는, 불쾌한 상황을 자주 겪게 된다. 자궁안의 아늑함으로부터 벗어나 '외로움'이라는 감정의 근원이 된다.

살벌하기까지 한 경쟁 사회에서 기대치에 이르지 못할 경우 고립이나 소외되었다고 여기면서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심하면 좌절이 가져오는 사람과의 불화와 갈등, 알코올에 의존하는 등의 이상 상태를 유발하기도 한다.

도복희 시인은 작품 <새에 물들다>(시집 외로움과 동거하는 법)에서 "혼자 아닌 사람이 어디 있던가요/그러니 그대여/외로움에 날개 꺾지 말아요"라고 했다. 삶은 무수히 많은, 바꿀 수 없는 상황을 마주하기 마련이다. 도복희 시인은 외로움이라는 상태를 받아들이지 말고 외롭지 않았던 순간을 떠올리며, 욕망을 조절할 것을 주문했다.

노예 출신 철학자인 에픽테토스가 얘기했던 "중요한 것은 내가 무슨 일을 겪느냐가 아니라 내가 거기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이다"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외로움은 목이 마른 갈증과 비슷한 욕망이다. 물을 마시면서 일시 해소되지만 또다시 물을 요구하는 스스로와 마주하게 된다.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닌, 혼자만으로 살 수 없는, 타인과 중첩되는 세상이다. 공동의 목표를 세운 후 합동 영역을 구성하고 목적 달성을 위해 노력하는 세계를 구축해 나가면서 개인의 발전을 함께 도모하기에, 타인과의 협력하는 시스템이 개인의 목표를 더욱 쉽게 이룰 수 있게 할 수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기대치와 다른 상황의 도래로 사람들은 쉽게 외로움에 빠지게 되는 게 문제다. 업무 실적의 저하와 신체 질병,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등이다. 생업의 현장은 언제나 높은 생산 효율을 기대할 수만은 없다. 좋아질 수도 낮을 수도 있음을 누구나 알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사람의 신체 또한 항상 건강 상태를 유지할 수 없으며 가족, 지인들과 이 땅에서 영원토록 행복하게 지낼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런 상실의 순간에 대해 우리는 적절한 대응을 못 할뿐더러 심한 외로움에 빠지기도 한다.

외로움은 생존본능에서 비롯한다. 살고자 하는 근본적인 인간의 욕망은 우리를 생존가능하게 만들어 주며, 생존 욕구가 없다면 사람은 살아갈 수가 없다. 이러한 생존본능이 과해지면서 상실과 고립과 소외의 상태로 외롭다고 느끼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외로움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 일단 사람은 누구나 혼자인 상태가 본디라고 받아들여야 한다. '나' 이외에는 모두 타인인 것은 맞는 말이다. 타인들을 내 마음대로 이끌 수 없듯이, 나와 분리되어있는 대상임은 확실하다.

그리고 '자발적인 고독'을 즐기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외로움과 다른 자의성을 가지고 있는 '혼자만'이라는 시간을 즐길 줄 알아야 하며, 시간을 내서 산책하고 도서관에 가고 여행도 다녀보면, 스스로와 솔직하게 대면하는 시간이 된다. 그리고 주변을 살피면서 심한 외로움에 빠져서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있다면 관심과 애정을 가져주면, 표현하기 힘든 충만감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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