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영 한국교통대 항공운항학과 교수
그동안 만성 적자로 비난받아 왔던 청주국제공항이 2023년부터 흑자 전환하며 최근에는 충청권의 관문이자, 중부내륙의 중심공항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활주로 2개를 민과 군이 함께 사용하는 운영 체계로는 급격하게 증가하는 민간항공 수요에 부응할 수 없으며, 영공 수호에 핵심을 담당하고 있는 첨단 스텔스 전투기의 작전을 양보하라고 주문할 수도 없어 효율성 저하와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충청북도가 추진하고 있는 민간전용 활주로 건설은 단순한 인프라 확장이 아닌 청주공항의 기능과 위상을 새롭게 정의하는 결정적 전환점이 될 것이다.
민간전용 활주로는 우선, 항공 운항 효율성 향상을 통한 국제노선 다변화를 가능하게 한다.
운항 시간의 유연성과 슬롯 확보 안정성은 항공사의 노선 전략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이는 곧 지역민과 이용객의 편의성 증대로 이어진다.
국내선뿐만 아니라 동북아 및 동남아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국제노선 유치도 보다 현실적인 목표가 될 수 있다.
아울러, 청주국제공항이 중부권 허브 공항으로 역할을 할 수 있는 중요한 디딤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청주공항은 지리적으로 대한민국 중심에 위치하며, KTX‧고속도로 등 광역 교통망으로 연결되고 있다.
이는 수도권 공항의 포화 해소는 물론 항공물류 네트워크의 분산을 위한 최적의 조건이다.
민간전용 활주로가 갖춰지면 청주국제공항은 수도권 대체공항 이상의 역할을 수행하며, 중부권 경제와 관광 산업에도 직접적인 파급효과를 미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역 대학과 연계한 항공교육 및 실습환경 개선도 기대된다.
항공운항학과, 항공정비학과 등 항공 관련 전공과정을 운영 중인 충청북도 내 대학들은 학생들의 운항 실기 교육과 현장 기반 실습 기회 부족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청주국제공항에 민간전용 활주로가 추가로 건설되면, 공항 내 실기 실습 공간이 안정적으로 확보되고, 항공기 운항 관제 및 지상조업 훈련, 실제 항공사 운항 현장과의 연계 교육 등 현장 기반 항공 교육의 질적 도약이 가능해진다.
특히, 예비 조종사와 정비 인력을 양성하는 교육과정에서 실습 비행 및 공항 운영 체계에 대한 실증 접근은 매우 중요하다. 현재처럼 군(軍) 전투기의 운항을 우선하는 체계에서는 교육훈련 계획이 유연하게 조정되기 어렵고, 실기 훈련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게 된다.
반면 민간전용 활주로가 만들어지면 학생들에게도 자율적이고 체계적인 교육 기회를 제공할 수 있으며, 산학 연계와 취업 연계의 선순환 구조 형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
민간전용 활주로 추가 건설은 물론 중앙정부 외의 정책 조율과 예산협의가 요구되는 과제이지만 10조원 이상이 소요되는 신공항 건설이 아니라 2조원 상당의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신규 공항 건설 상당의 효과가 기대되는 사업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단순한 지역 공항 개선 개념에서 벗어나, 국가 항공산업의 지속가능성과 균형발전을 위한 투자로 볼 수 있으며. 항공 수요의 지역 분산, 교육 인프라 강화, 산업 생태계 확대 등 다양한 측면에서 이용객의 편의와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이다.
청주국제공항은 대한민국 항공 네트워크 재편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단지 활주로 하나를 더 짓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과 국가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의 문제다.
항공은 하늘길을 의미하지만, 그 시작은 항공기가 이륙할 수 있는 활주로에서 출발한다. 새 정부가 민간 전용 활주로 건설을 통한 국민 행복에 적극 나서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