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준 시인, 시집 『참, 말이 많습니다』 출간
강원 고성 출신의 박봉준 시인이 새 시집 『참, 말이 많습니다』를 출간했다. 이번 시집은 ‘말 많은 봄’이라는 표제작이 암시하듯, 생명의 탄생과 동시에 스며드는 죽음의 기미를 조용히 응시하는 그의 시적 세계를 보여준다.
시인은 첫 작품 「당신은 지금 몇 시입니까」에서 시계의 초침을 “훈련병처럼 똑딱이며” “죽은 사람들에겐 들리지 않는” 존재로 비유하며, 생과 죽음 그 사이의 시간 청취를 감각적으로 표현한다.
또 「소란스러운 봄」에서 병아리 울음, 벚나무 순산, 손주의 언어 폭발 등 ‘말 많은’ 생명의 순간을 묘사한 뒤, 이 모두가 “삶이 언젠가 닿을 마지막을 예감하고 있는 자”의 시선 아래 드러난다고 풀이된다.
박 시인은 식물과 사물, 인간을 아우르며 폭력과 소멸에 대한 윤리적 질문도 던진다. 예를 들어 「고로쇠나무의 수난기」에서는 인간이 나무에게 가하는 착취를 “죽지 않을 만큼 남겨진 목숨”이라는 표현으로 고발한다.
4부에 수록된 「아야진」 연작에서는 귀향과 정체성의 복귀 과정을 탐구한다. 바닷가 고향 아야진으로 돌아온 화자는 “다시 바닷가 사람이 되었다”는 고백 속에 죽음과 탄생이 뒤엉킨 고향의 풍경을 담아낸다.
시인은 강원대 축산학과 졸업 후 2004년 『시와비평』으로 등단했다. 현재 한국가톨릭문인회 와 강원 문인 단체에서 활동하며, 두레문학상 수상, 2018년 강원문화예술지원금을 받았다.
주요 시집으로 『입술에 먼저 붙는 말』 (2018), 『단 한 번을 위한 변명』 (2022), 신간 『참, 말이 많습니다』(2025)가 있다.
도복희 기자 phusys2008@dy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