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의 자리에서 피어나는 희망의 언어

 

고백은 솔직하고 담백하지만

고개 갸웃거리다 가끔 끄덕이며

떨어지는 꽃잎처럼

다음 약속을 던져준다

-고요를 들키다 부분

 

 

민들레 홀씨였다가

모래바람의 알갱이였다가

허공을 휘젓는 헛것이 나였다고

-그래도, 꽃 필 자리부분

 

 

윤혜숙 시인
윤혜숙 시인

 

윤혜숙 시인의 세 번째 시집 그래도 꽃필 자리가 도서출판 상상인에서 출간됐다. 일상의 슬픔과 삶의 흔적을 섬세하게 길어 올려온 윤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아물지 않은 자리에 피는 꽃같은 시편들을 독자에게 건넨다.

그래도 꽃필 자리는 총 4부로 구성됐으며, 상처와 소멸, 기다림과 회복, 그리고 사랑과 믿음 같은 주제를 시인의 고유한 언어로 풀어냈다. “그래도라는 말처럼, 절망 끝에서도 삶은 피어나려 한다는 메시지가 시집 전반을 관통한다.

표제작 그래도 꽃필 자리는 물론, 나를 깨우는 말, 낡은 우체통 앞에서, 비가 내리면 너를 생각해등의 시편에서는 윤 시인 특유의 서정성과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담담하게 묻어난다. 특히 이번 시집은 코로나19 팬데믹과 그 이후의 시간을 통과하며 다듬어진 언어들이 많아, 독자들에게 더 깊은 공감을 자아낸다.

윤 시인은 삶의 이면을 끈질기게 응시하며 아픈 사람의 곁에 서는 시를 써왔다. 이번 시집에 대해 그는 고단한 삶에도 불구하고 결국 우리는 피어나는 존재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시인의 따뜻하고도 단단한 시선은 그래도 꽃필 자리라는 제목처럼, 우리가 비워낸 자리에서 다시 꽃이 피기를 기원하는 응원의 언어가 되어 다가온다.

윤혜숙 시인은 2018년 문학사랑으로 등단했다. 시집 손끝 체온이 그리운 날 『이별 사육사』 『그래도, 꽃 필 자리』가 있다.

4회 청양문학상, 충남문화재단창작지원금을 수혜(2023, 2025)했다.

현재 충남작가회의, 천안문인협회, 시소, 바람시 회원 천안문협 사무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도복희 기자 phusys2008@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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