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신고자가 사상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섰는데, 이중 소매업·음식점업 비중이 45%에 달했다.
'사업 부진'을 이유로 댄 폐업자의 비중이 1998년 IMF 금융위기 직후 수준에 가까워지는 등 경기 침체에 따른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6일 국세청 국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법인을 포함해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는 100만8282명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2만1795명 증가하며 1995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초로 100만명을 넘겼다.
폐업자는 2019년 92만2159명에서 3년 연속 감소해 2022년 86만7292명까지 줄었다.
그러다 2023년에는 11만9195명 급증하며 98만6487명을 기록했고,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증가하며 100만명대로 진입했다.
이같이 줄 폐업이 일상화하고 있는 건 건설업 불황, 고물가·고금리 등으로 내수부진이 역대 급으로 장기화된 현실에서 최근 비상계엄·미국관세 등 대형악재까지 겹친 탓이다.
또 전체 52개 업종 가운데 내수밀접 업종으로 분류되는 소매, 음식점, 부동산, 도매 및 상품중개업 등이 전체폐업자의 45%에 이른다는 것도 우리나라 경제구조의 취약성을 알려주는 반증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경기부진 때마다 반복되는 자영업 줄 폐업은 많이 창업하고, 많이 닫는 구조에 따른 출혈경쟁, 은퇴연령층을 수용할 양질 일자리 부족 등이 근본적 원인으로 지목된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의 비(非)임금근로자 비중이 23.5%로 미국(6.6%), 독일(8.7%), 일본(9.6%) 등 주요선진국의 2~3배에 달한다는 점도 ‘자영업자의 무덤’이 되고 있다는 걸 반증하는 뼈아픈 현실로 다가오는 대목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누적된 사업 부진과 고금리로 인한 연체율 악화 등으로 2023년부터 폐업자가 많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폐업률도 2년째 늘고 있다. 폐업률은 전체 가동 사업자와 폐업자 합계 대비 폐업자 수 비율이다.
지난해 폐업률은 9.04%로 전년(9.02%)보다 소폭 올랐다. 지난해 운영한 사업자 가운데 약 9%가 그해 폐업했단 의미다.
사업 부진 폐업자는 2023년 7만5958명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도 2만4015명 증가하면서 역대 처음 50만명을 넘어섰다.
사업 부진 사유 비중이 50%를 초과한 것은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50.2%) 이후 처음이다.
'기타' 사유가 44만9240명으로 다음으로 많았다.
이 밖에 양도·양수(4만123명), 법인 전환(4471명), 행정처분(3998명), 해산·합병(2829명), 계절 사업(1089명)순으로 뒤를 이었다.
폐업자는 내수 밀접 업종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전체 52개 업종 가운데 소매업 폐업자가 29만9642명으로 전체의 29.7%를 차지했다.
소매업 폐업자는 2만4054명 늘며 전체 업종 가운데 증가 폭도 가장 컸다.
이어 음식점업(15.2%), 부동산업(11.1%), 도매 및 상품중개업(7.1%) 순으로 비중이 컸다.
소매업과 음식점업을 합하면 전체의 약 45%에 달한다.
지난해 건설경기 불황에 건설업 폐업자도 4만9584명을 기록해 4.9%에 달했다.
폐업률도 소매업과 음식점업에서 높았다.
지난해 폐업률은 업종별로 소매업(16.78%), 음식업(15.82%), 인적용역(14.11%)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특히 소매업 폐업률은 2013년(17.72%)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고금리에 민감한 재화 소비가 줄어든 데다가 온라인화·무인화 추세가 계속되는 영향으로 분석된다.
통계청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상품소비를 뜻하는 소매판매액 불변지수는 지난 1분기에 작년 동기보다 0.3% 줄었다. 소매판매는 2022년 2분기(-0.2%)부터 3년째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일각에서는 35조원에 달하는 ‘슈퍼추경’이 폐업 가속화를 막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비추고 있지만, 실제 체감경기는 다르다.
경제구조가 당면한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안이한 생각일 뿐이다. 그런 측면에서 전 국민 민생지원금은 반짝 효과에 그칠 ‘마약성 진통제’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현재 사업정리 이후라도 재기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구조적 대응이 더욱 필요하다.
제한적 현금성 지원은 재기의욕을 꺾고, 내성만 키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뻔한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보편적 현금성 지원 거듭보단 구조개혁과 행정력애 예산을 집중해야 할 시기라는걸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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