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도가 웃도는 여름철이면 우리 몸은 태양이 작열하는 실외와 차가운 에어컨 바람이 감도는 실내를 오가면서 하루에도 수차례 급격한 기온 차를 겪는다. 문제는 이처럼 급격한 온도 변화로 인해 열사병이나 냉방병 같은 계절성 건강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열사병은 고온 환경에서 체온 조절이 무너진 상태를 말하며, 땀으로 수분과 기운이 빠져나가 어지럼증, 탈진, 두통, 의식 저하가 동반된다. 반대로 냉방병은 냉기에 과도하게 노출돼 자율신경계가 불균형해지고 소화불량, 근육통, 손발 저림, 요통 등을 유발한다.
다만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상태를 단순히 외부 환경 탓으로만 보지 않는다. 체내 기혈 흐름이 정체되고, 음양의 조화가 깨질 때 몸이 외부 자극에 과민하게 반응, 병증이 드러난다고 본다. 열사병과 냉방병은 서로 반대되는 자극으로 인한 질환이지만, 자율신경계 이상과 기혈 순환 장애 및 면역력 저하로 이어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중 열사병은 체온 조절 중추인 시상하부 마비, 냉방병은 말초혈관 수축 및 위장운동 저하와 관련이 깊다. 이에 증상 완화뿐 아니라 전신의 균형 회복을 목표로 하는 치료가 핵심이다. 한의학에서는 바로 이러한 근본 회복 중심의 접근을 취한다. 침·약침을 비롯한 한약 처방, 추나요법 등의 한의통합치료는 외부 환경 변화로 인한 급성 증상은 물론, 체질적 취약점을 함께 보완해 준다.
구체적으로 침 치료는 열사병으로 인한 두통·어지럼증, 냉방병에 의한 소화불량·피로·수족냉증을 완화하는 데 탁월하다. 족삼리, 합곡, 풍지 등의 경혈에 침을 놓아 자극하면 체온 조절 능력을 되찾고, 기혈 순환을 정상화할 수 있다. 한약재 성분을 경혈에 주입하는 약침은 염증 반응을 빠르게 억제하고, 긴장된 근육과 신경을 안정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추나요법은 오랜 시간 에어컨 냉기를 맞고 요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에게 적합하다. 한의사가 수기로 틀어진 척추·골반을 바로잡아 한요통(寒腰痛)과 같은 증상을 효과적으로 개선한다. 한약 처방은 환자의 체질과 증상에 따라 달라진다. 더위로 기운이 빠지고 심장이 두근거릴 땐 생맥산(生脈散)이 적합하며, 여름철 피로가 누적된 경우 기력을 북돋우는 공진단을 활용해 면역력과 회복력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다.
치료 못지않게 생활 습관 개선도 중요하다. 실내외 온도 차를 5~7도 이내로 유지하고, 냉방기 아래에선 얇은 겉옷을 챙기는 것이 좋다. 아울러 따뜻한 물이나 생강차, 대추차 등으로 체내 순환을 도와주는 것도 필요하다. 찜통 더위와 강한 냉방을 오가는 여름, 몸 안의 균형을 되찾고 건강한 계절을 보낼 수 있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