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부터 쏟아진 폭우로 막대한 인명·재산피해가 발생했다.
21일 기준 18명이 숨지고 8명이 실종됐다. 충남 아산 등 전국 14개 시도 90개 시군구에서 1만3209명이 대피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충남에선 3명(서산 2명·당진 1명)이 사망했고, 세종에서 1명이 실종됐다.
도로 침수와 토사유실, 하천시설 붕괴 등 ‘공공시설 피해’가 1920건, 건축물·농경지 침수 등 ‘사유시설 피해’가 2234건이다.
충남의 경우 축구장 2만3490개에 달하는 농작물 1만6714ha 침수, 농경지 58ha가 유실되거나 매몰됐다.
닭 75만2900마리, 돼지 329마리, 꿀벌 266군, 한우 26마리, 젖소 30마리, 새우 100만마리, 연어 5000마리, 뱀장어·메기 등 내수면어류 170만 마리, 우렁이 152t, 좌대 12개, 가공시설 1개 등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피해액 규모는 931억4300만원에 이른다. 도로 하천·수리시설 등 공공시설 피해액이 817억8000만원이고, 주택 농경지 축사 등 사유 시설 피해액은 113억6300만원이다.
하지만 피해 조사가 아직 진행 중인 만큼 최종 피해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5개 시군 주민 대피현황은 1583세대 2219명으로, 이 가운데 548세대 789명은 여전히 귀가하지 못한 상황이다.
충북은 공공시설 피해는 172곳이다. 도로 32곳, 하천 64곳, 소규모 시설 76곳이다. 사유시설의 경우 농작물 137.74ha, 농경지 6.45ha 가 침수 등의 피해를 봤다. 도는 피해 금액을 산정 중이다.
고온다습한 기상 조건이 이어지면서 병해충의 확산 위험이 커진 상태다.
이처럼 기록적인 ‘가마솥 폭염’이 이어지다 갑자기 200년 만의 폭우가 온 나라를 휩쓸었다.
이례적인 초여름 무더위에 이어 남부·중부 지방을 오가면서 쏟아진 국지성 호우. 올여름 나타난 극단적 폭염·폭우 형태다.
최근 몇 년 동안 이 같은 극한 호우 패턴이 일상화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흔히 우리가 알던 장마는 끝났고, 이상기후가 ‘뉴노멀’(새로운 기준)이 됐다는 것이다.
기후변화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면서 이런 극한 기후가 ‘뉴노멀’이 되고, 관련 피해도 한층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장마의 이른 종료도, 장마 종료 후의 기습적 폭우도 기후변화 때문이다.
기상청은 이달 초 남부지방은 1일 정체전선의 영향에서 벗어나면서 장마가 종료됐다고 설명했지만, 그 이후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이제 극한 폭우는 일상화(뉴노멀) 됐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를 타고 이런 ‘기습 폭우’가 더 자주 나타날 거라고 본다.
예측이 어려워짐에 따라 사전 대비와 적극적인 현장 대응도 그만큼 중요해졌다. 14명 목숨을 잃은 오송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이번 폭우는 기상이변으로 인한 재난을 예방할 근본적이고 획기적인 대책의 필요성을 일깨워줬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은 갈수록 예년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시설·안전 기준으로는 ‘괴물 폭우’로 인한 산사태와 제방 붕괴, 침수 피해 등을 막는 데 한계가 분명하다.
수해뿐 아니라 폭염과 한파 등 이상 기후로 인한 기후 재난에 상시 대비할 수 있는 방재 혁신이 시급하다.
국가의 가장 큰 책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 재산을 지키는 일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 폭우를 재난 예방 인프라와 시스템, 행정당국의 대응 방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계기로 삼길 바란다.
- 기자명 동양일보
- 입력 2025.07.21 14:35
- 댓글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