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극한 폭우로 전국이 재해를 입고 국가적 총동원령이 내려져 이를 극복하느라 여념이 없는 가운데 해마다 이때쯤 어김없이 찾아오는 공포스러운 존재, 소나무 재선충이 또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현재 포항·경주·안동 등 경북 일대 지역부터 우리 충청권을 거쳐 저 멀리 강원도 강릉지역까지 급속도로 번지는 추세라고 한다.
소나무 재선충은 강력한 번식력을 갖고 있다. 0.6~1㎜ 크기여서 눈에 잘 띄지도 않지만 소나무 줄기부터 가지, 뿌리까지 파고들어 수분과 양분의 이동통로를 막는 방법으로 말려 죽인다.
그렇게 감염된 소나무는 1년 안에 고사하기 때문에 재선충의 존재 자체는 소나무에게 치명적으로 위협이다.
소나무 재선충 때문에 언젠가는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하는 애국가 가사마저 바꿔야 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며 그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산림청 통계를 보면 소나무재선충 감염 규모는 2024년 전국 90만그루였다가 올해는 140만그루로 추정된다고 한다. 피해 면적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셈이다.
소나무재선충병의 매개는 하루 1∼2㎞를 이동하는 솔수염하늘소 등이다. 그런데 이 위협이 더욱 두려운 이유는 이상 고온현상에 따른 날씨와 기상이변 등 기후변화가 극심해 솔수염하늘소 같은 매개충을 급증하게 한다는 점이다.
소나무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정서에서상징적인 존재다. 불굴의 의지, 청정한 기상, 꿋꿋한 생명력 등 5천년 역사를 함께 한 국가적 수목이다.
우리나라 전체 산림의 약 25%에 달해 단일 수종으로는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해 이를 잘 보존하는 것은 산림관리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해마다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이 합심해 소나무 재선충의 확산을 막기 위해 애쓰고 있는데 이런 노력을 배가해 소나무를 지켜내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소나무 재선충이 과거에는 소규모 형태로 발생했지만 최근들어 집단 군락을 이루고 밀집 형태로 피해를 발생시키는 추세여서 방제 방법도 다양화 했으면 한다.
특히 드론 같은 첨단 장비를 활용해 항공 촬영,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활용해 감염목과 매개충의 이동경로를 정확히 파악한다면 소나무 재선충을 근본적으로 차담하는데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소나무는 생육조건이 저온이다. 하지만 이상기후와 고온현상으로 한반도는 이미 아열대성 기후로 변해가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소나무 재선충 같은 질병이 줄어들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궁극적이고 장기적으로는 재선충에 취약한 소나무 대신 수종을 전환하는 방안도 더 늘려 나갈 필요가 있다.
이미 경남 창원과 진주시, 울산광역시 등이 그런 사업을 진행중이기도 하다. 이들 지자체는 재선충으로 죽은 소나무 군락지를 모두 없애고 참나무와 편백나무 같은 활엽수로 바꾸었다.
소나무 재선충의 방제에 쏟아붓는 엄청난 규모의 예산을 감안하더라도 보다 근본적인 처방이 무엇인지 전문가들의 다양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 기자명 유환권 기자
- 입력 2025.07.23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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