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완보 충청대 스마트컴퓨터전자과 학과장

▲ 심완보 학과장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이 오늘의 날씨와 뉴스 헤드라인을 알려준다. 출근길엔 내비게이션이 실시간 교통정보를 분석해 가장 빠른 길을 안내하고, 업무 중엔 AI가 요약해준 이메일을 읽고 회의록을 정리한다. 퇴근 후엔 OTT 플랫폼이 ‘당신이 좋아할 만한 영화’를 추천해 준다.
우리 일상은 이미 AI에 둘러싸여 있다. ‘AI 리터러시’는 단순히 AI를 사용하는 능력이 아니라, 그 작동 원리와 한계, 사회적 영향을 이해하고, 이를 윤리적이고 책임감 있게 활용할 수 있는 지식과 태도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쉽게 말해, AI가 어떻게 생각하고, 왜 그렇게 판단하는지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디지털 문해력’이다.
예를 들어, 인터넷 쇼핑몰에서 신발을 한 번 검색하면 그 뒤로 SNS나 유튜브에서 비슷한 신발 광고가 따라붙는 경험을 대부분 해봤을 것이다. 이는 AI가 우리의 ‘검색 기록’과 ‘클릭 패턴’을 분석해 관심사를 추론한 결과다. 여기서 AI 리터러시는 단순히 “광고가 뜨네?” 하고 넘기는 것이 아니라, “내 정보는 어떻게 수집되고, 어떤 방식으로 나에게 영향을 주는가?”를 인식하고 판단하는 능력이다.
또 다른 예로, 한 고등학생이 과제를 위해 생성형 AI 챗봇에게 “5분 발표용으로 요약해줘”라고 요청해 손쉽게 자료를 완성했다고 하자. 여기서 중요한 건, 그 결과물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그 안에 ‘사실과 허구는 구분되어 있는가?’, ‘출처는 명확한가?’, ‘AI가 만든 내용은 누구의 책임인가?’ 등을 따져보는 것이다. 이처럼 AI 리터러시는 정보를 무조건 신뢰하는 것이 아니라, AI가 제공하는 결과물의 ‘본질’을 비판적으로 해석하는 힘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대학교뿐 아니라 초·중·고 교육과정에서도 AI 리터러시 교육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핀란드는 초등학교에서 AI와 알고리즘 개념을 그림책으로 가르치고, 싱가포르는 중학생을 대상으로 'AI 윤리' 교육을 정규과정에 포함시켰다. 우리나라 교육부도 고등학교 정보 교과서에 AI 리터러시 내용을 강화할 예정이다.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 성인에게는 AI가 낯설고 막연한 존재이며, AI를 제대로 이해할 기회도 제한적이다.
AI 기술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그에 걸맞은 시민의식과 교육은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문제는 이러한 AI 리터러시 격차가 곧 ‘디지털 격차’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생성형 AI 도구를 능숙하게 활용하는 층은 대부분 고학력·고소득 계층에 집중되어 있으며, 반대로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정보 접근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는 미래의 일자리, 소득, 교육 기회 전반에 걸쳐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이제는 국가적 차원에서 전 세대가 수준별로 AI 리터러시를 갖출 수 있도록 적극적인 교육 정책이 필요하다. 단순한 기능 습득을 넘어서, AI를 도구로 다룰 수 있는 시민을 길러내야 한다. AI는 어느새 우리의 삶 깊숙이 들어와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AI를 얼마나 이해하고 다룰 수 있느냐이다. AI 리터러시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기본 소양이며,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읽고 쓰기 능력이다. 이 리터러시를 갖춘 사회만이 기술에 휘둘리지 않고, 기술을 주도하며 미래를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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