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영 충북도의회 의원
청주시 오창에 들어설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는 ‘과학기술 10년을 앞당길 도약의 열쇠’이며, 지역은 물론 국가 전체의 신산업 생태계를 견인할 핵심 기반시설로 주목받아 왔다. 그러나 2020년 유치 확정 이후 약속된 일정이 수차례 미뤄졌고, 착공은 물론 기반 시설 공사까지 줄줄이 지연되면서 오창 주민과 지역 산업계의 기대는 점차 불신으로 바뀌고 있다.
당초 2028년 가속기 가동을 목표로 했던 이 사업은 현재 2029년 말까지 계획이 늦춰졌고, 부지 조성은 완료됐으나 기반 시설 입찰은 세 차례 연속 유찰됐다. 지난 5월 20일 세 번째 유찰 후 현재는 수의계약으로 전환 추진 중이며, 이 또한 국민신문고 질의와 감사원 사전 컨설팅을 거쳐야 하는 상황이다.
전력인입공사도 당초 계획보다 1년이나 늦은 올해 6월 착공에 들어갔다. 작년 사업예산(약 380억 원) 중 실제로 집행된 예산은 5.7%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여전히 손도 대지 못한 상태다.
문제는 사업 지연이 단순한 하나의 건축 공정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방사광가속기를 전제로 세운 도의 산업계 유치 전략과 기업 지원계획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으며, ‘가속기 효과’를 기대하며 청주테크노폴리스에 입주를 결정한 기업들 역시 장기 계획 조정에 들어간 상황이다.
이처럼 가속기 건설은 단독 프로젝트가 아닌, 충북의 미래전략과 첨단산업 정책의 구심점이기에 지역 성장의 동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더욱이 최근 국회는 무상대부 기간 관련으로 도가 오랫동안 염원해 왔던 ‘대형가속기 구축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키며 가속기 구축사업을 법적 체계 속에서 관리하고 있다. 이 법은 부지 무상대부, 기반 시설 연계 등의 내용을 포함하며, 오는 9월 19일부터 시행된다.
이제는 모든 관련 기관이 주어진 틀 안에서 협조하고 속도를 내야 할 때다. 더 이상의 지체는 곧 행정 신뢰의 상실을 의미할 수 있다.
이런 때일수록 충북도는 적극적인 중재자이자 책임 있는 행정주체로서 역할을 다해야 한다. 수의계약 전환과 관련한 정부 협의는 물론, 기반 시설 예산의 조속한 집행과 단계별 공정 점검 체계 마련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특히, 사업단‧중앙부처‧청주시와의 고위급 실무협의체를 즉각 구성해 수의계약 추진 일정과 행정절차를 밀착 관리하고, 도의회에도 주요 진행 상황을 정기적으로 공유해야 할 것이다. 가속기에 기반한 연관 산업유치 전략도 재점검해 기업의 투자계획이 차질 없이 연계될 수 있도록 컨트롤타워 기능을 확실히 수행해야 한다. 무엇보다 가속기와 연계된 산업 유치, 기술연구소 설립, 지역 인재양성 사업이 함께 추진돼야 비로소 이 시설이 ‘첨단산업의 마중물’로 기능할 수 있다.
방사광가속기의 진정한 가치는 단순한 물리 장비를 넘어선다. 이는 첨단 연구 인프라를 바탕으로 국내 최고 수준의 과학인재를 육성할 수 있는 교육적 기반이기도 하다. 또한 충북이 대한민국 과학기술 중심지로 우뚝 설 수 있는 기회를 뜻하며, 동시에 주민과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산업적 변화의 신호탄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연구자와 기업인, 주민들이 가속기를 기다리고 있다. 충북이 과학수도로 발돋움하기 위해 방사광가속기의 구동 시점을 ‘언제’가 아니라 ‘지금’으로 맞출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