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를 받으면 ‘먹는 일’로 푼다는 사람들이 있다. 일상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괜히 자극적인 음식이나 달달한 디저트가 생각나는게 심리학적 요인이라고도 한다.
요즘은 아예 먹는 일이 하나의 문화가 됐고, 셰프라는 직업을 가진 프로들이 연예인급 인기를 얻고, 그들이 방송가를 점령하면서 이제 먹는 일은 단순히 배고픔을 면하기 위한 ‘끼니’가 아닌 것이 됐다.
그리고 동시에 이런 트렌드를 간파한 ‘먹방’이 등장했다.
자신이 어떤 음식을 먹는 모습을 화면을 통해 보여주는 방송이 먹방이다. 요즘 먹방은 서민들의 음식뿐 아니라 인생에서 몇 번 먹을까말까 하는 음식까지 다양하게 소개되고 있다. 심지어 유명 연예인들이 해외에까지 나가 그 나라의 진귀한 음식, 대중화된 음식, 길거리 음식까지 섭렵하며 먹방을 보여준다.
먹방을 단순히 생각하면 그닥 나쁜 콘텐츠는 아니다. 내가 먹고 싶어했는데 접하기 어려웠거나, 또는 정말 먹고 싶은 음식을 누군가 먹어주고 그 방송에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장점도 있으므로 굳이 호불호를 나눌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어떤 먹방을 보면 치킨, 피자, 파스타를 배 터지도록 먹은 후 설탕 폭탄인 디저트 음료와 커피 등 후식까지 폭식을 해댄다. TV와 인터넷을 보는 사람 생각에 ‘저렇게 먹고 견딜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또한 그런 폭식이 과연 방송을 즐겨 보는 사람들의 심리상태에는 나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의문이 든다.
국립암센터 암예방사업부 연구팀이 최근 우려스러울 정도로 유의미한 연구 결과를 내놨다.
20대 이상 성인들을 대상으로 '먹방·쿡방·술방 시청과 식생활 인식 및 건강행태‘를 조사한 결과 먹방과 우울증 사이에 상당한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한다.
조사기간 1년동안 먹방 시청 빈도에 따라 '시청 안 함'부터 '주 1∼3회 이상' 등으로 나눠 우울증과의 연관성을 살폈더니 전체 연구 대상자의 평균 우울증 유병률 18.4%를 크게 웃돌았다고 한다.
먹방을 전혀 시청하지 않는 그룹의 우울증 유병률에 견줘 먹방을 자주 시청한 그룹에서 유병률이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먹방은 그것을 시청하는 사람들에게 우울증을 주거나, 우울증에 걸리게 할수 있다는 게 연구결과의 핵심이다.
먹방 시청이 겉보기엔 혼자 밥을 먹는 이들에게 일종의 '가상 동반자'를 제공함으로써 외로움을 달래주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사회적 상호작용이 결여된 채 일방적 관찰자에 머무르게 됨으로써 오히려 심리적 고립을 더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먹방을 자주 보는 사람들은 식사 행동이 왜곡되면서 과식과 폭식을 따라 하게 되고 결국 우울증도 더욱 심해지게 된다고 한다. 이는 먹방 시청이 단순한 시각 자극을 넘어 자기 비하와 몸의 이미지 왜곡, 식사 후 죄책감 등 복합적 심리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별거 아닌걸로 생각한 먹방, 그걸 보면서 단순히 대리만족을 주는 음식 방송으로만 생각했으나 시청자 개인에게 깊은 정서적 고립을 부추기고 우울증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사실.
가정에서 부모들 스스로는 물론, 청소년 자녀들이 먹방을 즐겨 시청한다면 이런 연구결과에 더 관심을 가지고 생각해 볼 일이 아닌가 싶다.
- 기자명 유환권 기자
- 입력 2025.07.29 14:41
- 댓글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