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지역에서 평생을 문학에 바친 원로 소설가 강준희씨가 5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0세.
강 작가는 1950년대 중반 문단에 입문한 뒤 70여년 간 꾸준한 창작 활동을 이어오며 총 26권의 저서를 남겼다.
그는 작품을 통해 서민의 삶과 애환을 진솔하게 담아내며, 한국 문학의 뿌리를 깊게 내리는 데 기여했다.
대표작으로는 <하느님 전상서>와 <나는 엿장수외다>, <하 오랜 이 아픔을> 등이 있고, 2008년 그의 문학 세계를 집대성한 10권짜리 전집에 이어 2022년 선비소설 <나는 조선왕조의 백성이다>와 대하소설 <촌놈(전 5권)>을 출간했다.
그는 평소 '작가는 꿈과 이상(理想)을 먹고 사는 직업’이라고 강조하며 선비정신의 열정을 보여줘 후배 문인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다.
충북 단양 출신인 고인은 당시 보통학교를 졸업한 뒤 농사와 노동 등 다양한 직업을 전전하며 문학에 대한 열정을 키워왔다.
말년까지 육필 원고지를 고집하며 한쪽 눈이 실명한 이후에도 대형 돋보기를 통해 집필을 이어가는 등 문학에 대한 집념은 많은 후배 문인들에게 본보기가 됐다.
그는 충주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지역 문학 발전에도 크게 이바지했다.
청렴결백한 선비정신과 지조있는 삶으로 ‘한국판 막심 고리키’라 불리며 문학계 안팎에서 존경을 받아왔다.
말년에 그가 거주하는 30여㎡ 크기의 아파트 현관은 ’좋은 날은 낚시질과 나무를 하고, 비가 오는 궂은 날은 낮잠 자고 책을 읽는다‘는 의미로 ‘어초재(漁樵齋)’라는 현판을 걸고 집필 활동에 매진했다.
충북도 문화상과 한국 농민문학 작가상, 1회 전영택 문학상, 10회 세계문학대상을 수상했고 2015년 한국을 빛낸 문인에 선정됐다.
그가 평생 보관하고 있던 책자와 육필 원고 등 유품은 2년 전 충주시에 기증해 현재 충주시립도서관 부속 충주문학관에 보관 중이다.
빈소는 충주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유족으로는 배우자 윤영자씨와 신훈·원춘·미라씨 등 1남 2녀를 두고 있다.
발인은 7일이고, 장지는 충주 하늘나라다.
고인의 야학 제자인 이정문 전 충주문인협회장은 “고인은 원고지에 엎어져 죽을 때까지 평생 글을 쓰겠다고 말했다”며 “그의 삶 자체가 한 편의 소설이었다”고 애도를 표했다.
충주 윤규상 기자 yks0625@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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