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고독 우울감 고립... 모두 하나로 통합되는, 결국에는 ‘고독사’로 이어지는 의미의 단어들이다.
몇 년 전 세계보건기구(WHO)가 외로움의 폐해에 관해 연구 분석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고립감에서 오는 외로움은 담배를 매일 15개비씩 피우는 것과 같다고 한다. 이는 대표적 성인병인 당뇨 심장병 뇌졸중 같은 육체적 질병으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자살을 부르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최근 통계청에서 발표한 우리나라 노인들의 자살에 대한 분석은 충격적이다.
발표에 따르면 대한민국에서 하루 10명이 넘는 노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고 한다. 2019~2023년에 자살한 65세 이상 노인이 무려 1만 8044명이나 된다.
한 사람이 생을 마감하는 과정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일 것이다. 평균수명 이상으로 충분히 생을 즐기다 떠나는 경우 우리는 ‘호상’이라는 표현 정도로 그가 자연으로 돌아감에 경의를 표한다.
자신이 늙고, 이제는 죽음을 향해 가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며 남은 사람(가족 친지 등)들에게 삶의 중요성과 감사 화해 용서를 소중하게 전해주는 게 가장 아름다운 인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군가가 생을 마감하는 과정이 ‘일반적’이지 못할 때, 그것이 안타깝게도 자살이라면 현재 생존해 있는 사람들에게도 나머지 삶을 사는 방식에 매우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 삶을 정리해 가는 나이의 노년층에게는 삶에 대한 의욕을 떨어트리고, 자신이 죽어 간다는 자괴감과 공포를 줄수도 있다.
가족과 지인 친지 등 남은 사람들에게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죄책감, 좌절, 분노, 수치심, 인생의 무의미함과 무기력함도 남길 것이다. 유가족들이 죽을때까지 떠안고 살아야 하는 평생의 씻지 못할 상처와 트라우마는 또 어쩔 것인가.
노년층이 우울감을 갖는 가장 큰 원인은 경제적 빈곤이라고 한다.
경제적 어려움에 사회적 고립이 겹쳐 자신이 쓸모없는 존재라는 생각을 갖는 순간 삶에 대한 의욕이 급격하게 꺾일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통계에 따르면 한국 노인들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38.3%로 회원국 평균의 2.4배다. 빈곤율도 회원국 중 1위다.
길거리에 나가면 요즘같은 폭염에도 하루 5000원을 벌기 위해 굽은 허리로 리어카에 한가득 폐지를 싣고 아스팔트를 지나는 노인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노년층의 빈곤과 경제적 고립을 해결하지 않으면 노인 자살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나서서 독거노인이나 저소득 노인을 발굴하고 선제적으로 돕고 있기는 하지만 노인자살률이 이토록 높다는 것은 아직도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들이 많다는 반증일 것이다.
자살이 개인의 선택이기는 하지만 사회적 책임이 먼저다. 행정‧공공기관의 각종 자살예방 활동과 병의원 및 지역사회 정신보건센터의 지속적 관심‧노력이 더 활성화 되길 바란다.
가족해체와 노인 1인가구 급증 시대에 그들이 빈곤층으로 추락하고 결국에는 가장 슬픈 방식으로 생을 마감하는 일이 없도록 가족-이웃간에 더 많은 관심과 유대를 나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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