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의 보석’으로 불리는 반클리프 아펠(Van Cleef & Arpels·이하 반클리프).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 보석은 1896년 프랑스 파리의 네덜란드인 보석 세공사 알프레드 반 클리프가 그의 장인 살로몬 아펠스와 설립한 브랜드로, 1956년 할리우드 스타에서 모나코 왕비가 된 그레이스 켈리의 결혼 예물 세트를 제작하면서 세계 왕실이 사랑하는 하이엔드 주얼리로 자리매김했다.
이 보석이 국내에서 새롭게 조명받게 된 것은 김건희 여사의 특검이 진행되면서다.
이 보석은 이란 팔레비 왕가도 단골 고객이다. 1971년 레자 팔레비 국왕이 페르시아제국 건국 2500주년 기념식을 열 당시, 파라 왕비만을 위해 다이아몬드와 에메랄드가 빛나는 티아라(여성용 관)와 목걸이, 브로치, 이어링 등 ‘파라 세트’를 특별 제작해 헌정했다.
이 세트는 1979년 팔레비 왕조가 무너진 뒤 국보급 보물로 지정, 이란 중앙은행의 지하 5층 수장고에 보관돼 있다.
반클리프가 유럽 상류사회와 왕실 테두리에서 벗어나 뭇 여성들의 로망으로 자리잡은 데는 ‘세기의 연인’ 오드리 헵번의 힘이 컸다. 헵번은 영화 ‘로마의 휴일(1953년 개봉)’에서 외국 공주 ‘앤’ 역을 맡아 다이아몬드·진주·사파이어로 장식된 반클리프의 초커(목에 밀착한 짧은 목걸이)로 아름다운 목선을 뽐냈다.
반클리프 브랜드가 언론에 오를 때마다 1993년 세상을 떠난 오드리 헵번이 소환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그런 반클리프가 김건희 특검 수사로 구설에 오르고 있다. 특검은 김 여사가 2022년 스페인 방문 당시 착용한 반클리프사의 목걸이를 통일교 측이 건진법사를 통해 건넨 뇌물로 의심하고 압수수색을 벌여 실물을 확보했다.
김 여사는 처음엔 지인에게 빌린 것이라 해명하다가 특검 수사가 시작되자 직접 구매한 모조품, 속칭 짝퉁이며 이미 분실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여사의 반클리프 사랑은 주얼리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어서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
김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식에 네잎클로버 모양으로 유명한 반클리프의 ‘알함브라’ 팔찌를 찬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돼 시선을 끌기도 했다.
만약 김 여사 측 주장처럼 스페인에서 착용한 목걸이가 모조품으로 드러난다면 이보다 더한 나라 망신은 없을 것이다.
세계 10대 강대국의 퍼스트레이디란 사람이 유럽 왕실과 함께 한 정상외교 무대에 모조품을 차고 나선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있는 일이다.
반클리프와 그 처가 식구들도 지하에서 박장대소할 것 같다.
모조품이라는 주장이 사실이라고 전제한다고 해도 국격의 문제다.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 부인이 세계 정상들이 모이는 국제행사에 모조품을 착용한 게 사실이라면, 세계인들이 한국의 국격을 어떻게 생각할까?
단순하게 처벌을 피하려고 거짓말한 것이라면 더 심각한 대목이다. 도대체 국격을 어디까지 추락시키려는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김 여사의 의혹들을 수사하는 특검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김 여사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철저하게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민중기 특검과 김형근·문홍주·박상진·오정희 특검보는 일요일 전원 사무실에 출근해 영장실질심사에서 펼칠 주장의 논리를 다지고 있다.
특검은 무엇보다 김 여사가 구속되지 않으면 주변인들과 손잡고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심사에서 강조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범죄 혐의 방어를 위해 국격을 떨어트릴 것인가.
아니면 소신 발언을 통해 국격을 높일 것인가는 김 여사한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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