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이 변호사

▲ 신영이 변호사

종중에서 총회를 열기 위해 소집통지를 하기로 했다면 이제 소집통지서를 작성할 차례다.



보통 종중들은 소집통지서에 종원들의 안부를 물어보는 것을 시작으로 총회의 날짜와 장소를 적어 종중 대표자 및 종중의 직인을 찍은 후 종원들에게 발송한다.



소집통지서에 날짜와 장소를 기재하는 것도 중요하긴 하지만, 날짜와 장소만큼 중요함에도 자주 놓치는 것이 있다. 바로 이번 총회에서 회의 할 안건(회의 목적 사항)이다.



대법원 판례 역시 “사단법인 또는 비법인사단의 총회를 소집함에 있어 회의의 목적 사항을 기재하도록 하는 취지는 구성원이 결의를 할 사항이 사전에 무엇인가를 알아 회의에의 참석 여부나 결의사항에 대한 찬반 의사를 미리 준비하게 하는 데 있으므로 회의의 목적 사항을 기재함에 있어서는 구성원이 의안이 무엇인가를 알기에 족한 정도로 구체적으로 기재하여야 한다(대법원 1993. 10. 12. 선고 92다50799 판결 등 참조)”고 판시하여 반드시 회의 안건을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함을 확인하고 있다.



그렇다면 소집통지서에 기재하지 않은 안건을 총회에서 기습으로 결의한 경우는 어떻게 될까? 실제로 종중에서는 종원들끼리 분란을 막기 위해 소란을 키우지 않을 목적으로 여러 종원들로 크게 알리지 않고 일부 종원들끼리 조용히 정기총회에서 결의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 소집통지에 하자가 있는 것으로 보아 소집통지 하자가 있어 총회 결의가 무효가 될 가능성이 높다.



대법원은 “회의 소집통지에 목적 사항으로 기재하지 않은 사항에 관하여 결의한 때에는 구성원 전원이 참석하여 그 사항에 관하여 의결한 경우가 아닌 한 그 결의는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3. 2. 14. 선고 2010다102403 판결 등 참조)”고 판시하여 대법원도 소집통지서에 안건을 기재하지 않은 결의는 무효라고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소집통지서에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총회에서 무슨 내용의 결의를 할 것인지 대략적으로 예상할 수 있을 정도의 구체적인 내용으로 안건을 기재하여야 한다.



또 하나 주의해야 할 점은 소집통지서에 안건을 구체적으로 기재하지 않고 ‘기타’로만 기재해놓은 채 결의한 경우다. 앞선 대법원 판례에서도 보았듯이 종원이 총회에서 결의하려는 안건이 무엇인가를 알기에 족한 정도로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하는데 ‘기타’로만 기재되어 있는 경우 어떤 안건을 결의할 것인지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에 소집통지서에 안건을 기재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하여 그 결의는 무효가 된다.



그렇다면 안건 3개 중 1, 2번 안건은 소집통지서에 기재하고, 3번 안건은 기타라고만 기재하고 총회에서 결의한 경우 안건 3개가 모두 무효가 되는 것일까? 아니면 3번 안건만 결의가 무효가 되는 것일까? 각 안건마다 총회가 성립한 것으로 보아야 하기 때문에 1, 2번 안건은 적법한 결의가 되고, 3번 안건만 소집통지 하자로 무효가 된다.




소집통지서의 기재 내용과 소집통지 방법은 종중 총회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합리적인 의사에 따라 적절한 총회 결의가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소집통지에 하자가 있을 경우 그 결의는 무효가 되어버린다. 대부분의 종중에서는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거나 미흡하다고 하더라도 큰 문제가 없다. 왜냐하면 종원들이 애초에 종중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중에서 이미 분쟁이 발생하였다면 그 종원은 종중의 모든 행위에 꼬투리를 잡을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총회의 소집과 관련한 절차를 반드시 세밀히 점검하고 모든 증거를 거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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