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현 오스테리아 문 대표
요즘같이 뜨거운 여름이면 많은 사람이 휴가를 떠나지만 그러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요리사도 그렇다. 숙명이려니 견뎌내며 레스토랑 서비스를 마치고 지친 몸과 마음을 위해 이탈리안 샤도네이 화이트와인 한잔을 따라 놓는다. TV를 켜서 좋아하는 채널인 이탈리아 남부의 바다와 요리들이 끝없이 펼쳐지는 영상을 켠다. 그리고 잠시 눈을 감으면 어느새 난 남부 이탈리아의 뜨거운 지중해의 햇살과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누워있는 상상 속으로 빠져든다.
나의 낭만은 언제나 이탈리아 남부 바다에 있다. 오죽했으면 이미 몇 번이나 다녀온 그곳을 허니문 여행으로 와이프를 데리고 또 갔을까.
영화 ‘태양은 가득히’의 리메이크작 ‘미스터 리플리’의 배경인 이탈리아 소렌토와 이스키아, 카프리의 아름다운 풍경과 모카색으로 잘 그을린 배우 주드로의 편안하지만 귀족적인 옷을 차려입고, 레몬이 주렁주렁 달린 집 안뜰에서 에스프레소를 내려마시는 모습처럼 자유롭고 원색적이며 세련된 일상을 추구하며 살아가려 노력한다.
나름 바닷가에서 몸을 태우듯이 자주 가는 사우나 노천탕에서 태닝을 하고는 지중해 바닷가 색인 Azzuro(푸른색) 셔츠를 입고 해산물 요리를 만들어낸다. 마치 소렌토의 한 작은 해산물 식당에 흥 많고 장난끼 있는 요리사처럼.
Zuppa di Pescatore. '어부의 스프'라는 이름을 가진 요리는 이탈리아 남부에서 나는 다양하고도 연하며 달콤하기까지 한 해산물들을 듬뿍 넣고 숯불에 잘 구운 빵을 곁들이는 아주 맛있고 건강한 요리이다.
이탈리아에서 이 요리를 먹어보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이후 한국에 돌아와 우리나라의 해산물들로 그 맛을 재현해내려 여러 조합을 테스트한 결과, 가장 맛있는 조합은 홍합과 생합 도다리와 단 새우, 대하 그리고 오징어와 문어 머리, 약간의 호박과 방울토마토와 향긋한 바질, 그리고 시칠리아산 고추다.
고춧가루와 무만 안 넣었지 우리나라의 매운탕과 아주 익숙하고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해산물의 단맛과 시원한 맛, 고소하고도 염도가 느껴지는 이 맛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모든 미각을 자극한다. 부족한 산도는 벌컥벌컥 마시기 좋은 이탈리안 팔랑귀나나 소아베를 곁들이면 환상적인 마리아주를 경험할 것이다.
이 요리는 재료만 준비되면 라면 끓이기보다 쉽다. 코팅이 안 된 넓은 팬에 이탈리아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을 충분히 두르고 마늘 세 알을 으깨어 황금빛으로 색을 낸다. 여기서 특히 주의할 점은 마늘이 그 이상으로 색이 나면 요리를 망칠 수 있으니 아주 조심스럽게 익혀야 한다.
그 후에 방울토마토와 단 새우를 뺀 모든 재료를 함께 넣고 홍합 입이 벌어질 때까지 충분히 끓여준다. 홍합이 입을 벌리기 시작하면 단새우와 방울토마토를 넣고 도다리를 한번 뒤집어준 후 약 3분간 더 익혀주면 끝이다. 그 사이 빵을 아주 얇게 잘라서 올리브오일을 충분히 뿌려 숯이나 팬에 구워준다.
이제 요리는 끝났고 넓고 약간 깊이감이 있는 멋진 접시에 예쁘게 플레이팅한다. 해산물을 잘 발라 먹고 국물을 먹기 위한 요리는 아니지만 맛있고 시원한 국물에 빵을 흠뻑 적셔서 와인과 함께 하면 더욱 좋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꼭 사랑하는 사람과 눈을 마주치며 먹을 것을 추천한다. 그러면 더 깊은 어떠한 것들이 창조되는 순간을 경험할 것이다. 너무 덥고 힘들었던 이번 여름에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하는 영혼을 위한 ‘어부의 스프’로 아름다운 이탈리아 남부의 감성과 신선하고도 편안하며 몸보신까지 되는 이 맛을 맘껏 누려보기를. Buon Appetito!(부오나뻬띠또, 맛있게 드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