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사고가 나면 나오는 말이 있다. 늘 인재라고 한다. 제대로 대처했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란 의미가 담겨 있다. 이전에 발생한 안전사고를 되돌아보면 상식적인 대처만 잘했어도 일어나지 않았을 경우가 허다했다. 지난날의 사고는 미래의 인재를 예방하는 데 좋은 반면교사나 마찬가지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반복되는 열차 안전사고 대책은 너무 아쉽다.
지난 19일 경북 청도군 화양읍 경부선 철로에서 발생한 철도 노동자 사상사고(2명 사망, 5명 중경상) 역시 미흡한 안전대책이 초래한 면이 강한 탓이다. 드러난 정황을 보면 이번 사고는 관리·감독 소홀에 따른 전형적인 인재다. 산업재해를 줄일 대책을 강구하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특별지시가 무색한 사고다.
이번 사고는 6년 전 경남 밀양 사고와 판박이다. 2019년 10월 22일 경남 밀양역 근처에서 열차와 관련한 작업을 하다가 열차 진입을 인지하지 못해 치여 1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청도나 밀양 사고 모두 작업자들이 현장에서 열차가 오는 것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피해를 봤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밀양의 경우 소음으로 가득 찬 작업 구간에서 열차 접근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고가 났고, 청도의 경우 소음이 적은 전기열차여서 접근을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결국 6년 전 교훈에서 배운 것이 없다는 얘기다.
정확한 사고 경위는 경찰과 관련 당국의 조사에서 밝혀지겠지만, 전반적인 사고 상황을 보면 관리·감독 소홀 등에 따른 전형적인 인재일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현장 안전 관리 소홀이나 신호 체계 오작동 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대피 신호 체계가 정상으로 작동했고, 현장 감독자가 철저하게 근로자의 안전을 관리했다면 이런 어이없는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공기업 코레일의 산재 사고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2020년 66건이던 철도 관련 사고는 2023년 78건으로 증가했다. 산재 사망자는 2020년 이후 매년 발생해 지난해까지 총 10명이었다. 하지만 코레일 내 안전 인력은 2022년 1만6343명에서 지난해 1만6175명으로 2년 새 168명이 줄었다. 안전 투자에 소홀히 한 것이 산재 사고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후진적 산재 사고는 반드시 줄여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이 3년 전 시행됐지만 사망 사고가 크게 줄지 않은 것을 보면 처벌만으로는 안 되는 구조적 문제가 있는 듯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무관용 원칙 등 재해에 대한 경고성 발언을 이어가면서 정부도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무관용 원칙의 진정한 의미는 열차 운행 중 상례작업 금지, 자동 안전장치 도입 등 사고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데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처벌과 더불어 사고 발생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모색해야만 참사의 반복을 막을 수 있다.
정부는 이번 사고와 관련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 엄중하게 조치할 것"이라면서 "코레일의 철도 운영과 업무절차, 업무관행의 문제, 현장 종사자의 안전의식과 기강문제 등 안전관리 전반을 근본적으로 점검할 것"이라고 했다. 말로만 끝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이번 사고와 관련 코레일의 문제들을 철저히 점검해야 할 것이다.
- 기자명 동양일보
- 입력 2025.08.21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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