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완벽한 사회를 만들 수는 없다. 그러나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는 있다.”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난 20세기 위대한 과학 철학자 영국의 칼 포퍼가 쓴 책 ‘열린 사회와 그 적들’에 나오는 문구다. 당대의 지성인 치고 칼 포퍼나 그의 저서 한번쯤 안 접해본 사람은 없을 듯하다.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은 전체주의를 철학적으로 비판하고 자유민주주의의 정당성을 옹호한 책이다.
굳이 그의 거창한 저술을 여기에 소환한 이유는 사실 전체주의나 자유 민주주의를 논하려는게 아니다.
‘완벽한 사회는 아니더라도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게 우리 모두의 소망일진대, 그리고 그런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모든 공동체 구성원들이 추구하는게 열린 사회일진대 그걸 훼방 놓는 암적 존재, 그 ‘적’들의 준동, 보이스피싱이 여전히 심각하다.
보이스피싱은 아날로그 시대에는 꿈도 못 꾸었던 범죄였다. 디지털이기에 가능하고, 디지털화 된 시스템 덕분에 해외에서 전화 통화만으로 사람을 조종하고, 현금을 갈취하며, 피해자를 극도의 공포와 궁지로 몰아 넣는, 디지털이라는 최첨단 열린 사회를 붕괴시키는 적들. 그 준동과 폐해가 갈수록 지능화하고 악랄해지고 있다.
천안에서는 얼마전 30대 남자가 보이스피싱에 속아 모텔에 '셀프 감금'을 했다고 한다. 보이스피싱범들에게 속아 그들이 원하는 돈을 손에 쥐고 자기 자신을 모텔에 감금한채 그들이 오기만을 기다렸다니...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가지만 검찰 수사관, 금융감독원 직원까지도 당하는게 보이스피싱이라고 보면 아예 ‘황당한’ 일이라고도 할수 없다.
이 피해자는 검사의 명령이라는 말에 속아 모텔에 투숙 중이었는데 천만다행으로 경찰이 모텔에 붙여놓은 ‘보이스 피싱 예방 안내문’을 우연히 보고 112에 신고해 피해를 막았다.
그가 보이스피싱범에게 줄 뻔한 돈의 액수도 자그만치 전재산이었던 1억원이나 됐다.
셀프 감금 보이스피싱은 피해자 스스로를 모텔 등에 감금시켜 금전을 요구하거나, 통화 원격제어 등으로 돈을 갈취하는 신종 범죄다.
공권력을 앞세워 피해자를 협박하고, 스스로 고립되게 만든 뒤 범죄를 저르기 때문에 경찰에서도 용의자 추적이나 피해회복이 쉽지 않다.
일반 시민들은 우스갯소리로 평생 경찰 검찰에 불려갈 일 없이 살면 행복한 일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권력기관 앞에서는 주눅 들고 무섭고 공포스러운게 보통 시민들의 심리다.
그걸 노리 보이스피싱범들이 “검사의 지시” “경찰 조사” 등을 운운하며 특히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구속 하겠다”는 등 법률용어까지 써가며 윽박지르니 속절없이 당하는 것이다.
이번 천안의 사례를 참고삼아 경찰과 검찰에서는 도시의 모든 숙박업소에 보이스피싱 예방 안내문을 배포하고 각 객실마다 문이나 벽면 등에 부착하도록 권고했으면 좋겠다.
특히 각 시군구청 등 지방자치단체와 공공 행정기관의 적극적 홍보 역할이 중요하다.
경찰, 검찰, 금융감독원 등을 사칭하며 피해자를 주로 셀프 감금시키고 극도의 불안감과 공포에 휩싸이게 하는 수법에 당하지 않도록 홍보와 안내를 강화해 주기 바란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더 나은 열린 사회’가 되도록 다같이 노력하자.
- 기자명 유환권 기자
- 입력 2025.08.27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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