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영 유원대 교수

▲ 백기영 유원대 교수

우리 사회가 당면한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는 지방소멸의 위기다. 2025년 현재 충청북도 11개 시·군 가운데 6곳이 통계청이 지정한 ‘지방소멸 위험지역’에 포함되어 있다. 이는 단순한 인구 감소가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존립과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심각한 경고 신호다. 실제로 일부 읍·면은 인구가 1,000명 이하로 줄었고, 고령 인구 비율이 40%를 넘어서는 등 인구 불균형이 가속화되고 있다. 충북의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전국 평균 0.92명보다 낮으며, 지난 10년 동안 출생아 수는 45% 이상 줄었다. 이러한 변화는 지역의 활력 저하와 함께 경제·사회 기반 전반에도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충북도는 그동안 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왔다. 신혼부부 주거비 지원, 청년 정착 프로그램, 외국인 이주 확대, 지역 공동체 활성화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시도는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2023년 충북은 출생아 수와 합계출산율이 전국에서 유일하게 증가한 지역이 되었다. 출산과 육아 지원 확대, 청년 주거 부담 완화, 임신·출산 친화적 환경 조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그러나 일시적 성과만으로는 지방소멸 위기를 넘어설 수 없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정주 여건에서 비롯된다. 젊은 층이 지방에서 살아가고 싶지 않아 하는 이유는 단순히 재정적 지원의 부족 때문만은 아니다. 지역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 어렵고, 아이를 키울 만한 교육 여건과 다양한 문화생활, 의료 서비스 접근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수도권에 비해 지방이 가지는 구조적 열세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곧 지속적인 인구 유출로 나타난다. 따라서 인구정책의 핵심은 ‘사람을 단순히 불러 모으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자발적으로 머물고 싶어 하는 곳’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어야 한다.
국내외의 성공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전남 신안군은 청년 창업 공간과 주거·문화 시설을 결합한 복합 공간을 만들고, 농업·수산업과 연계한 직업교육, 장기 거주자 우대정책을 통해 높은 정착률을 달성했다. 일본 나가노현은 지역 기업 육성, 창업 지원, 맞춤형 주택과 교육 지원을 한꺼번에 제공하며 인구 감소세를 완화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단순한 재정 지원이 아니라 지역 특성을 살린 생활 기반을 구축하고, 촘촘한 사회적 지원망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경험을 참고해 우리 지역 인구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청년 정착 기반 확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단순한 지원금을 넘어 청년들이 공동체를 이루며 생활할 수 있는 청년마을 조성, 창업·창직 공간 확보, 문화·여가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 직업교육과 주거 지원을 결합한 장기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해 안정적인 정착 환경을 만드는 것도 시급하다.
둘째, 지역 특화 산업과 인구정책의 연계가 필요하다. 친환경 농업, 바이오산업, 소규모 제조업 등 지역 자원을 활용한 산업을 육성하고, 청년층과 고령층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상생형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이는 세대 간 기술과 경험을 전수하고 지역 유대감을 강화하는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
셋째,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지역사회 조성이 요구된다. 교육·의료·교통·주거 등 필수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물론, 외부 전입자와 기존 주민이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환영의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사회적 유대와 소속감이 형성될 때 인구 유입은 장기적 정착으로 이어지고,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인구 문제는 단순히 수치의 증감이 아니다. 그것은 곧 사람들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문제다. 청년이 미래를 꿈꾸고, 어르신이 안정된 일상을 누리며, 외부에서 온 이주민이 따뜻하게 환영받는 지역이어야 지속 가능한 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다. 지방소멸 위기는 단순한 사회적 현상이 아니라 지역의 생존을 결정짓는 국가적 과제다. 이제는 사람을 일시적으로 끌어들이는 정책에서 벗어나, 누구나 살고 싶어하는 지역을 만드는 데 정책적 역량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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