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범죄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대전에서 휴가 중이던 경찰이 보이스피싱 범행 현장으로 의심되는 장면을 목격하고 용의자를 검거해 화제다.
해당 경찰을 응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고액알바’ ‘단순알바’ 등의 이름으로 구인구직란에 올라와 있어 접근이 쉬운 보이스피싱 알바를 막을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각종 사기 범죄와 관련한 고액 아르바이트 유혹에 넘어가 '범죄 총알받이'로 이용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범죄 상위 조직은 이들을 이용해 쉽게 범행하고 적발될 경우에도 '꼬리 자르기'로 책임을 떠넘겨 청년들을 범죄에 악용한다는 지적이다.
28일 대전경찰청 등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사기 범죄 건수는 2023년 2만1714건, 2024년 2만3406건, 지난 6월 기준 1만2237건 발생했다.
이 중 사이버 사기 범죄는 2023년 1만1682건(53.8%), 2024년 1만6108건(66%), 지난 6월 기준 8615건(70.4%)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사이버 사기 범죄에서도 가장 빈번한 유형은 '물품사기형'으로, 지난해 전체 사이버 사기 범죄 중 절반이 넘는 8215건(51%)을 차지했다.
최근에는 유튜브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활용해 가상자산이나 비상장 주식 등에 투자하면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속여 투자금만 받아 가로채는 유형도 자주 발생한다.
이러한 사기 범죄로 검거되는 피의자 대부분은 피해자들 돈을 받아 조직 총책에게 전달하는 현금 인출책과 전달책 등 하위 조직원들이다.
이들은 아르바이트 사이트나 SNS 등에서 '고액 알바'라는 말에 현혹돼 대부분 범죄임을 알고도 범행에 가담한다.
2021년 '경찰학연구'에 발표된 '보이스피싱 전달책의 가담 경로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총 235명의 보이스피싱 전달책 피의자 중 166명(70.6%)이 구직사이트를 통해 범행에 참여했다. 202명(86.0%)은 직업이 없었으며, 연령별로는 19∼29세가 164명(69.8%)으로 가장 많았다.
과거 보이스피싱과 마약 관련 범죄 등에 이용되던 현금 인출책 등은 최근 국내 점조직 형태로 발전하며 대부분 범죄에 투입된다. 개인이 소액 위주로 범행하던 물품 사기 역시 외국에 거점을 둔 조직이 차명계좌와 전화를 이용해 인출책 등을 끼고 피해금을 받아 챙기는 식으로 진화했다.
지난 1월에는 인터넷 물품거래 사이트에서 중고차와 야구 티켓, 백화점 상품권 등을 판매한다고 속여 653명에게서 3억2000여만원을 가로챈 20대 일당 9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통장 모집책과 현금 인출책 등을 끼고 마치 물건이 있는 것처럼 글을 올린 뒤 연락해 온 피해자들에게 돈만 받고 잠적하는 식으로 범행했다.
청년들이 이 같은 범죄에 뛰어드는 것은 돈 때문이다. 주로 '고수익 아르바이트'라는 말에 현혹돼 인터넷이나 SNS에서 일자리 구하듯 스스로 범죄에 가담한다. 실제로 지금도 SNS 등에 '고수익 알바'라고 검색하면 불법적 일을 암시하며 범죄를 유혹하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특별한 자격을 요구하지 않고 즉각적인 보상이 이뤄져 고정 수입이 없는 청년들에게는 달콤한 유혹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범행에 적발되는 것은 대부분 이들이다. 총책 등 상부 조직원은 해외에서 범행을 실행하고, 돈을 인출하거나 세탁하는 등 상부 조직이 실제 돈을 받아 챙기기 위한 과정에서는 위험 부담이 큰 하부 조직원이 도맡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합당한 처벌은 물론 범죄 조직에 가담되는 구조와 이러한 범죄 예방을 위한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보이스피싱에 가담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더라도 조금이나마 예측할 만한 여지가 있으면 미필적 고의로 인정돼 처벌을 피하기 어려운 추세다. ‘채권 추심 업무인 줄 알았다’ 는 등의 변명도 통하지 않고 있다.
보이스피싱 피해자는 과거에는 주로 노인이나 주부였으나 요즘은 고액 알바 등으로 젊은 층의 피해가 늘고 있는 추세다. 보이스피싱은 평생 모은 돈을 일순간에 잃게 만들고, 심지어는 가정 파괴 등으로 정신적 고통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사례도 증가추세다. 경찰이 수사와 단속 활동을 더욱 강화해서 보이스피싱이 다시는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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