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은뱅이소곡주 박충식 대표 “효모 살아 있어야 진짜 전통주”
다음 달 6일은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다. 충남 서천군 한산면은 전통주 ‘한산소곡주’의 원산지로 잘 알려져 있으며, 이 ‘청주(淸酒)’는 차례상에 올린다.
‘흴 소(素)에 누룩 국(麯)’을 써서 ‘소곡주(素麯酒)’라 적기도 하고 ‘흴 소 대신 작을 소(小)’를 써서 ‘소곡주(小麯酒)’라고도 한다. 소곡주라는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소곡주의 기원은 백제 지역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백제에서 술과 관련된 최초의 기록은 삼국사기 백제본기에 나오는데 다루왕 11년(38년) ‘추곡이 여물지 않아 백성들에게 술 빚는 것을 금지시켰다’라는 기록이 나온다. 또 무왕(백제) 37년(636년), 무왕은 신하들과 고란사(皐蘭寺) 부근의 사비하(泗沘河, 현 백마강) 북포(北浦)에서 연회를 가졌는데, 술을 마신 뒤 기분이 즐거워 북을 치고 거문고를 켜며 노래를 부르고 여러 번 춤을 췄다는 기록이 있다.
서천군은 2012년부터 밀주 양성화 작업을 추진하며 본격적인 제도권에 편입된 이후, 소곡주는 지역 특산주를 넘어 농가 소득과 지역 제를 떠받치는 핵심 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2015년부터 서천군에서는 한산 소곡주 축제가 열린다. 매년 10월 마지 막주에 한산 소곡주의 본고장인 서천군에서 개최되며, 관광객이 함께 할 수 있는 소곡주 빚기 체험, 품평회, 안주 경연대회, 소곡주 경매 행사 등이 다양하게 열린다.
앉은뱅이소곡주 박충식(64) 대표는 그 변화를 몸소 경험한 인물이다. 경기도 용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귀촌한 그는 장모로부터 3대째 이어오던 전통 비법을 이어받아 사업화에 나섰다. 2012년 귀촌 후 전통주 양성화 작업에 참여하면서 소곡주 생산에 본격 뛰어든 것이다. 현재 연간 약 60가마의 쌀을 사용해 소곡주를 생산하며, 추석과 설 명절을 중심으로 판매한다.
소곡주는 집집마다 누룩의 비율, 장독 온도, 발효 환경에 따라 맛이 조금씩 다른 것이 특징이다.
그는 “같은 레시피라도 미생물과 효소가 관여하면서 맛이 달라진다”며 “효모가 살아 있어야 전통의 맛을 계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냉장 유통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효모가 살아 있는 술’을 고집하는 이유다.
박 대표는 “한산소곡주는 4도 이하 냉장 보관 시 1~2년간 저장이 가능하지만, 상온에 노출되면 금세 식초로 변한다”며 “품질 유지와 유통 관리가 최대 과제로 효모를 죽이면 전통 계승이 라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서천군에서는 약 65개 업체가 소곡주허가를 받아 사업을 하고 있으며 소곡주 원조마을인 단상리에서는 16개 업체가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한산면·화양면·기산면·문산면(옛 한산현) 등 4개 면 거주자만 ‘한산소곡주’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있어 지역 특산주로서 정체성을 지키고 있다.
앉은뱅이소곡주는 약주 형태로 걸러 저온 냉장고에서 숙성시킨 뒤 주로 추석과 설 명절에 판매된다. 마지막에 뜨는 술은 모아 증류해 ‘소곡화주’로 만들어 41도의 술로 상품화한다.
하지만 전통주 산업에는 어려움도 따른다. 높은 세금 부담과 냉장 유통의 한계 때문이다.
박 대표는 “현재 주류세율은 영세한 전통주 업계에는 큰 부담”이라며 “농수산물 유통 수준으로 세금이 완화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현재 단상리 이장으로서 마을 만들기 사업도 병행하고 있는 그는 소곡주를 단순한 전통 계승이 아닌 6차 산업의 중심 자원으로 보고 있다.
박 대표는 “농사를 짓고, 술을 빚어, 상품화하는 과정 자체가 6차 산업”이라며 “전통주 산업이 활성화되면 농민들이 희망을 갖고 살아갈 수 있다”고 확신했다.
이어 “한산소곡주는 세계적으로도 한 개 면 단위에서 수십 개 가구가 같은 전통주를 계승하고 있는 드문 사례”라며 “지역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산업적 기반을 넓혀야 한다”고 전했다.
서천 도복희 기자 phusys2008@dy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