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의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칼끝이 한학자 통일교 총재를 가리키고 있다.
막강한 영향력에 지금까지 어느 정권에서도 손을 대지 못했던 통일교. 하지만 이번 수사는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특검은 한 총재를 이른바 '권성동 청탁의혹' 등의 주요 피의자로 보고 공개 출석을 요구한 상황이다.
한 총재는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모씨(구속기소)와 공모해 2022년 1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윤석열 정부의 통일교 지원을 요청하며 정치자금 1억원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같은 해 4∼7월에는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고가의 목걸이와 샤넬백을 건네며 교단 현안을 청탁한 데 관여한 혐의도 받는다.
특검팀은 해당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지난 7월 가평에 있는 한 총재의 거처 '천원궁'과 서울 용산구 소재 한국본부 등 통일교 시설 10여 곳을 압수 수색했다.
이후 권 의원과 전씨 등 주요 관계자를 차례로 소환해 조사했다.
이후 공범으로 지목된 윤씨와, 그들로부터 금품을 제공받은 혐의를 받는 김 여사를 먼저 재판에 넘기면서 공소장에 한 총재와의 연관성을 적시했다.
윤씨 공소장에는 윤씨의 청탁과 금품 전달 행위 뒤에 한 총재의 승인이 있었다고 했고, 김 여사 공소장에는 한 총재가 본인의 목표였던 '정교일치'를 위해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접근했다고 명시한 것이다.
이에 맞서 한 총재와 통일교 측은 윤씨 개인의 일탈일 뿐 교단 차원의 개입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한 총재가 교인들을 대상으로 직접 입장도 표명했지만, 특검은 지난 1일 한 총재 측에 오는 8일 출석할 것을 통보했다.
특검 소환 조사가 가시화되자 통일교는 전관 출신들로 변호인단을 구성했다.
일단 이재명 정부의 첫 민정수석으로 임명됐다가 낙마한 오광수 변호사, 대검찰청 반부패부장 출신의 대표적 특수통 강찬우 변호사 등 검찰 고위간부 출신 변호인단을 선임했다.
또 한 총재는 지난 3일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해 이튿날 심장 관련 시술을 받은 뒤 5일 특검에 서면 및 방문 조사를 요청하며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에 일각에서 특검 출석을 피하기 위한 입원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통일교 측은 "한 총재는 평소 심장에 무리를 느껴 왔고, 시술을 계속 권유받아 왔다"며 "시술은 오래전부터 예정돼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특검팀은 원칙론에 입각해 대응하고 있다. 한 총재에게 11일 특검에 출석할 것을 재차 요구하며, "서면조사나 방문 조사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못 박았다.
통상 심장 관련 시술은 특별한 합병증이 없는 이상 하루 이틀 내 회복해 퇴원 수순을 밟는 만큼, 한 총재가 11일 재소환 요구를 거절할 명분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오는 11일 한 총재가 특검에 공개 출석하면 이는 통일교 총재가 피의자 신분으로 공개 소환되는 첫 사례가 된다.
통일교 측에 따르면 창시자이자 1대 총재인 고(故) 문선명 총재의 경우 과거 서대문형무소, 미국 등지에서 수감 생활을 한 적은 있지만, 검찰 등에 피의자로 나온 모습이 대중에 노출된 적은 없다. 한 총재는 한 번도 수사기관에 공개 출석한 적이 없다.
만약 한 총재가 출석할 경우 여느 주요 피의자와 마찬가지로 취재진 포토라인 앞에 서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러 정치 인사와 연관된 사건인 만큼 이번 통일교의 검찰수사는 그 어느 때 보다 공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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