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태운 승용차가 고속도로를 달린다. 차 안에서는 음악이 흘러 나오고 아이들은 노래의 리듬에 맞춰 함께 흥얼거리며 신이 났다. 조수석에 앉은 사랑하는 아내는 직장에서의 피로를 벗어 던진 채 곤한 단잠을 즐긴다. 세상에 부러울 것 없는 한 가장의 행복한 주말 나들이. 누가 봐도 보통의 평범한 일상이다.
그런데... 갑자기 반대편 차로에서 달려오던 화물차의 트레일러 바퀴가 빠지면서 중앙분리대를 넘어 가족이 타고 있던 승용차를 그대로 강타한다. 운전자인 남편 쪽 앞유리를 덮친 트레일러의 육중하고 거대한 바퀴, 충격으로 운전자가 실신하며 중심을 잃고 쓰러진다.
순식간에 일어난 상황, 대처할 겨를 없이 시속 110km속도로 달리던 승용차가 고속도로 한가운데서 전복되며 몇바퀴 구르고 다른 차들과 잇따라 추돌한다. 같은 속도로 승용차를 뒤따르던 25t 화물차가 승용차를 덮친다. 최악의 끔찍한 교통사고, 한 가정이 사라졌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상상, 하지만 언제든 내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고다.
충남 도내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가 2배 이상 급증하자 9일 경찰이 대대적인 화물차 과속 단속을 예고했다고 한다.
경찰조사 결과 8월 기준 올해 충남지역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는 모두 1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명)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그 가운데 화물차 사고 사망자 수는 8명이었는데 전체 사망사고의 절반이나 되는 숫자다.
사고가 날 경우 다른 차에 치명적인 위협을 가하는 화물차 사고는 바퀴 빠짐, 적재물 낙하, 불법 개조에 따른 과속과 과적 및 트레일러 이탈, 지정차로 위반, 노후화로 인한 고장과 브레이크 파열 등 다양하다. 노후차는 특히 돌발상황 발생 시 제동 불량에 따른 정체구간 후미추돌 사고 등을 일으킨다.
최근에 TV에서 방영된 사례를 보면 우리나라 화물차의 난폭‧위협 운전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수 있다.
거대한 화물차 4~5대가 고속도로 중앙차로(2~4)를 전후좌우 차지한채 질주하는데 그 안에 한 대의 승용차가 달리고 있었다. 화물차들은 가장 바깥차로인 5~6차로로 달리지 않고 해당 안쪽 차로를 불법적으로 운행한 것이다. 그 안에서 포위된채 달리는 승용차는 얼마나 불안했겠는가.
반면 독일 아우토반의 트럭들은 안쪽 차로(1~3)가 비어 있어도 맨 바깥쪽의 차선을 달리고 있었다. 우리와는 전혀 딴판인 준법의식, 안전운전의 표본이었다.
트럭의 속도는 또 어떤가. 고속도로에서 승용차는 대개 시속 100~110㎞ 정도지만 거대한 화물차가 규정된 시속 80~90㎞를 넘어 100~110㎞ 이상 무섭게 질주하는 모습은 흔히 보이는 풍경이다. 섬뜩하다.
화물차의 위협은 다른 소형차들에게 치명적인 공포이며, 사고 여하에 따라 재앙이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 화물차 사망 사고 비율은 64.8%로 다른 차종의 사망 사고 대비 2배 이상을 차지했다. 속도가 붙는 고속도로에서는 교통안전에 심각한 위협일 수밖에 없다.
경찰은 화물차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
과속과 적재불량, 안전수칙 위반 등을 하는 화물차에 대해 강력하고 지속적인 단속이 이뤄져야 한다. 카메라로 화물차의 차로 위반도 감지하게 해서 단속하고, 특히 규정 이상의 많은 화물을 싣거나 과속을 하기 위해 최고속도제한장치를 고치는 불법개조를 강력히 막아야 할 것이다.
- 기자명 유환권 기자
- 입력 2025.09.10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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