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이 변호사

▲ 신영이 변호사

종중 총회를 준비하기 위한 절차 중 특히, 이제 막 종중의 기틀을 마련하고 형식을 갖추려는 분들에게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다. 저번에 지면상 생략한 ‘누구 이름으로 소집통지를 할 것인가’이다.

종중이 처음 만들어지는 경우나, 아니면 종중에 관심 있는 몇몇 어르신들끼리 종중을 운영하고 있는 경우 시제 때 만나는 종원들 중 종원들의 존경과 지지를 받는 어르신들이 상의 후 종원 중 1명을 지명하며 ‘000이 종손이니 회장을 하는 것으로 하자’, ‘000가 종중에 관심이 많고 적극적이니 이번엔 000가 회장을 하는 것이 좋겠다’며 정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그리고 이렇게 회장이 된 분은 큰 문제가 없으면 회장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하게 된다.

그런데, 과연 회장을 이렇게 선출해도 되는 것일까? 종중에 법적 분쟁이 없는 경우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보통 다들 그렇게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운영 방식에 종원 중 누군가가 반기를 들지도 않는다.

그러나 종중이 송사에 휘말리게 되면 그때부터는 갑자기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왜냐면 통상적으로 회장이 하는 일이 마음에 안드는 종원이 소송을 제기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종원은 회장이 싫은 것이기 때문에 회장이 회장직을 그만두게 하는게 가장 첫 번째 목표다. 회장을 바꾸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회장을 정한 회의 자체의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인데, 그게 바로 대표자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이다. 이 가처분신청은 한마디로 말하면 ‘저 대표자(회장)는 대표자(회장) 자격이 없으니까 대표자로서의 일을 아무것도 할 수 없게 권한을 정지시켜 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가처분신청과 함께 ‘저 대표자를 대신해서 임시로 대표의 일을 할 사람을 선임해달라’는 직무대행자선임 가처분신청도 하게 된다.

그렇다면, 나중에라도 이러한 분쟁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 싶은 종중은 어떻게 해야 할까?

간단하다. 적법한 종중 총회를 개최해서 회장을 선출하여 적법한 형식을 갖추면 된다.
소집통지서의 내용과 소집통지의 방법 등에 관하여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다. 근데, 아직 회장을 선출하는 총회가 없었다. 그럼 소집통지는 누구 이름으로 하면 되는 걸까?

우리 대법원은 “종중 대표자(회장)의 선임에 있어서 그 종중에 규약이나 일반관례가 있으면 그에 따르고, 그것이 없다면 종장 또는 문장이 그 종원 중 성년 이상의 종원을 소집하여 그 출석자의 과반수 결의로 선출하는 것이 일반관습이며, 평소에 종장이나 문장이 선임되어 있지 아니하고 그 선임에 관한 규약이나 일반관례가 없으면 현존하는 연고항존자 즉 항렬이 가장 높고 나이가 많은 자가 문장이 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여러 경우의 수가 있는데, 간단히 정리하면 살아계시는 종원분들 중 가장 높은 항렬 중 최고령자가 소집통지자가 되면 된다(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종손이 당연히 소집통지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물론 대대로 관습적으로 종손이 회장이 되어 왔다면 가능할 수는 있겠으나 추가적인 조치와 증거가 필요할 수 있어 일단 최고항렬 최연장자가 소집통지자가 되는 것이 좀 더 편하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소집통지서를 작성하기 전 족보를 펴고 가장 높은 항렬을 찾은 후 그중 가장 나이가 많으신 분을 찾아 총회 소집권자가 되어달라고 말씀드리면 되는 것이다(최고항렬 최연장자가 반드시 직접 총회에 출석하셔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위임을 받으면 된다). 그리고 소집통지서 하단에 소집통지자를 그분으로 적으면 된다.

이렇게 되면 나중에 회장에 대한 불만 있는 종원이 위의 가처분신청을 하게 되더라도 억울하게 지게 될 가능성이 훨씬 줄어들게 된다.

세간에 종중 소송은 ‘머릿수 싸움’이라고들 한다. 종중의 의사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수결이다보니 이 말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다수라고 하더라도 절차를 지키지 않으면 소송에서 지게 된다. 따라서 법리에 맞도록 전체적으로 종중을 정비하고, 적법한 절차를 갖추어 종중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자칫 잘못하면 민사적인 문제뿐 아니라 종중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서도 배임, 횡령 등 형사적인 문제까지 얽히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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