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종구 바이오톡스텍 대표·충북대 수의대 명예교수

▲ 강종구 바이오톡스텍 대표·충북대 수의대 명예교수

우리 조상은 흰옷을 입고 음주가무(술,노래,춤)를 즐기는 끼와 흥을 지닌 민족이라 배웠다. 어린 시절, 조상들은 일보다 음주가무에 빠져 흥청망청하고 사농공상 유교 사상에 젖어 국방과 기술 소홀로 한일병탄의 수모를 겪게 했나? 생각했다. 한국전쟁 직후 빈곤의 시기에 태어난 필자는 중, 고, 대학 입시경쟁과 정치적, 사회적 혼란 속에서 열심히 살았다. 젊은 시절, 같은 또래 친구들은 베트남전에 참전하고 공대 출신 친구들은 중동 모래바람 속에서 일하며 대한민국의 초석을 다졌다. 필자는 일본 유학 후 교수로서 32년간 봉직했고 창업도 해 바쁘게 살다보니 벌써 칠순이 지났다. 오늘날 K컬처, K팝, K콘텐츠는 전 세계인의 문화, 국적, 세대를 아우르는 감동의 메시지로 한류 열풍을 이끌어 이제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되었다. 세계 무대에서 재능과 독창력으로 공감을 일으킨 ‘K-something’ ‘K-스럼’이 바로 한국인의 숨겨진 끼와 흥이다. K컬처의 천재성과 창의력의 원천은 어머니들이 자녀의 숨어있는 끼와 흥의 발굴, 문화, 예능에 대한 아낌없는 교육, 관심과 지원의 덕이라 생각한다.

한국인의 끼와 흥은 온갖 감정을 발산하려는 자유분방함에서 나온다. 일본인은 수줍음이 많고 자기표현이 약하고 감정을 절제하기에 끼와 흥은 없다. 국악은 K팝의 뿌리로 ‘메기고 받는소리’, 한 사람 또는 여러 사람이 끼와 흥을 담아 떼창하는 교환 창이 많다. 한국인의 끼와 흥은 음악 공연장에서 볼 수 있다. 한국인에게 공연이란 신나게 놀러 가는 것이다. 가수의 열창에 관객의 감동과 공감이 더해지면 하나로 뭉쳐 떼창으로 화답한다. 모두가 가수, 댄서, 주인공이 되어 신바람으로 공연장은 열광과 흥분의 도가니가 된다. 음악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한국 관객은 천만 명 이상인데 영화를 보면서 퀸의 음악에 맞춰 박수치며 발을 구르고 떼창을 했다. 떼창은 관객이 만든 한국공연 문화의 진수이자 단합력, 응집력, 폭발력을 보여주는 상징이되었다. 최근 K팝 아이돌의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글로벌 성공을 거두면서 전 세계 극장가에 떼창 신드롬을 일으켰다. 코로나 시대, 트로트의 끼와 흥은 삶에 지친 국민의 심금을 울려주는 위로와 활력소가 되어 모두 트로트에 심취되었다.

일본인은 노래 공연장에서 공연 진행과 타인에 방해가 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조용하다. 일본인에게 공연이란 노래를 들으러 가는 것이다. 일본인은 노래는 가수의 몫으로 가수 아닌 관중이 노래하고 춤추는 것은 민폐로 여겨 조용히 앉아 감상하는 것이 매너이기에 떼창을 하지 않는다. 전 세계에 돌풍을 일으킨 싸이의 ‘강남스타일’의 상징인 춤과 떼창은 유독 일본에서만 인기를 끌지 못했다.

한국의 전통춤은 동적, 율동적, 곡선적이지만, 일본의 전통춤은 정적, 직선적 동작으로 다다미 1조(반평)의 공간에서 절제된 몸짓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손과 손가락의 율동 없이 좁고 답답한 기모노 안에서 겨우 다리만 움직이고 꼿꼿한 허리에 발꿈치는 땅에 닿고 푹신한 다다미 바닥이라 점프나 선회는 힘들다. 이런 절제와 감춤이 담긴 일본 춤은 세계인에 공감을 주지 못한다. K팝은 끼와 흥이 듬뿍 담긴 학같이 춤추는 승무, 율동과 파도의 부채춤, 펄쩍 점프하고 승천하는 무당춤, 힘찬 장구춤과 조화되어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한국인의 끼와 흥의 표정을 담은 것은 탈이다. 하회탈은 크고 다양한 표정에 분리된 턱을 가져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한국인의 특성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일본의 탈, 노멘은 무표정의 고정된 턱으로 희노애락 어디도 아닌 애매모호한 중간 표정, 포커페이스로 타인에 감정을 감추고 절제하는 일본인 특성이 담겨있다.

현대는 다양한 매체와 플랫폼을 통해 이미지와 감성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시대이다. 일본의 2030 세대, 사토리 세대는 돈, 명예, 출세, 취업에 무관심하고 만사에 의욕과 열정이 없는 모든 것을 포기한 세대이다. 반면 열정적이고 도전적인 우리 2030 세대들은 전 세계가 일하는 무대이다. 끼와 흥은 열정이고 에너지다!. 잘 노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는 말처럼 한국인의 끼와 흥과 신바람은 경제 강국과 한류 붐을 만들었다. 한국인은 자기감정 표현을 잘하고 온갖 감정을 술, 노래, 춤으로 푼다. 이런 한국인의 끼와 흥과 풀이 문화는 우리를 넘어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전 세계 팬을 정서적 위안과 공감으로 결속시켜 한류 붐을 일으킨 K컬처의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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