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현 오스테리아 문 대표
누군가 나에게 ‘내일 생을 마감한다면 마지막 음식으로 무엇을 먹을 것인지’ 물어본다면, 나는 주저 없이 엄마가 만들어 준 꽃게 된장찌개를 꼽을 것이다.
어릴 적 몸이 유독 약했던 나를 위해 엄마는 이맘때쯤이면 어김없이 살아있는 꽃게를 사오셨다. 오동통 알이 꽉 찬 꽃게 두세 마리를 넣고 매운 걸 못 먹는 날 위해 둥근 호박과 부드러운 두부를 듬뿍 넣어 끓였다. 뜨거운 꽃게를 호호 불어가며 살을 발라 꽃게 된장 국물에 묻혀 내 숟가락에 올려주시던 그 달큰하고도 황홀한 맛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올해 꽃게가 아주 풍년이라고 한다. 가을이 성큼 다가와 아침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이 부는 요즘 둘째 아기가 태어날 날이 며칠 남지 않았다. 드디어 나도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고 그 아이들에게 먹일 음식을 상상하다가 어릴 적 엄마의 기억을 살려 ‘꽃게 끼타라 파스타’를 만든다.
꽃게는 여리여리하면서 달콤하고 섬세한 맛을 가지고 있다. 당연히 꽃게살을 즐기면서 남은 꽃게의 부산물들로 속살 맛을 더 살려줄 최고의 소스를 만들어야 한다.
이탈리아식으로 샐러리와 양파를 같은 크기로 썰어 넣고 물을 끓여 꽃게를 삶아낸다. 푹 삶아 고소한 향의 꽃게 살과 내장 그리고 알을 한 접시에 잘 모아놓고, 나머지 껍질을 버리는 거 하나 없이 모두 이용하여 비스크(갑각류를 우려낸 소스)를 만든다.
올리브 오일에 마늘을 좀 으깨서 넣고 꽃게 껍데기를 가위로 알맞게 잘라서 색이 고루 나도록 잘 볶아준다. 게 껍데기에서 붉은색 기름이 배어 나올 때쯤 로즈마리와 레몬껍질, 바질 등 생 허브를 넣고 향을 입혀준다.
이때 꼬냑을 충분히 넣고 불을 붙여 플람뵈를 해준 후 방울토마토나 완숙토마토를 통으로 넣어준다. 토마토는 재료의 감칠맛을 더욱 끌어 올려주는 천연 조미료 같은 역할이기에 아주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아까 꽃게를 삶았던 육수를 모아놨다가 껍질이 푹 잠기게 넣어주고 한번 더 끓여준다.
소스가 잘 졸여져 맛을 보면 마치 꽃게 과자를 먹는 듯한 맛이 느껴지면 성공이다. 이 소스는 소분해서 보관했다가 파스타 소스로, 국수의 천연 조미료로 아님, 라면 끓여 먹을 때 한 스푼 넣으면 마치 바다에서 먹는 맛과 향이 느껴질 것이다.
파스타 소스는 간단하다. 마늘을 한 알 으깨서 넣어주고 질 좋은 올리브 오일을 충분히 둘러서 향을 내다가 마늘이 황금빛이 돌면 잠시 불을 끄고 페퍼론치노(이탈리아 건고추)를 넣고 잔열로 천천히 향을 내어준다. 매운맛을 내기 위한 것은 아니고 게의 비린 향을 잡고 소스의 시원한 맛을 첨가해 주기 위해 쓰인다.
다시 가스 불을 켜 홍합 열 알을 넣고 방울토마토 4 등분한 것을 한주먹, 면수 한 국자를 넣고 끓이다가 홍합이 입을 벌리기 시작하면 꽃게 비스크소스를 한 스푼 넣어서 잘 풀어주면 완성이다.
‘파스타 끼타라’는 이름이 생소하지만, 스파게티와 흡사하나 단면이 정사각형이라 부들부들하고 연한 꽃게살과 만나 입에서 느껴지는 각진 질감이 아주 재미있다. 10분 정도 삶아 알덴테(건면의 씹는 맛이 느껴질 정도로만 익힌 상태) 정도로 소스 안에 넣고 소스와 잘 섞어준다. 불을 끄고 올리브 오일과 바질잎 몇 장, 그리고 꽃게살과 알들을 넣어서 예쁜 접시에 곱게 담으면 요리는 완성이다.
과정이 쉬운 편은 아니지만 갑각류 알러지만 없다면 사랑하는 이들에게 정성스럽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최고의 제철 요리가 될 것이다.
이탈리아 음식을 먹을 때 항상 빠질 수 없는 와인은 이탈리아 베네토 프로세코나 랑게지역의 연한 랑게 네비올로를 함께 하길 추천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