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 국립생태원 CITES(국제적 멸종위기종)동물 보호시설 전시관

CITES동물 보호시설 전시관 전경 사진 도복희 기자
CITES동물 보호시설 전시관 전경 사진 도복희 기자
밀수 적발 사례와 국제적 멸종위기종 관련 뉴스 자료, 멸종위기종의 생태 정보를 관람할 수 있는 CITES동물 보호시설 내 홍보관 사진 도복희 기자
밀수 적발 사례와 국제적 멸종위기종 관련 뉴스 자료, 멸종위기종의 생태 정보를 관람할 수 있는 CITES동물 보호시설 내 홍보관 사진 도복희 기자

 

설카타육지거북
설카타육지거북

 

금강 하구변. 바람이 스치는 숲길 끝에 자리한 건물(충남 서천군 마서면 금강로 1210)은 겉보기엔 평범한 연구동처럼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이곳은 국립생태원 CITES동물 보호시설 전시관. 인간의 탐욕에 의해 밀수되거나 버려진 국제적 멸종위기종이 마지막으로 머무는 피난처다.

세계 각국에서 밀수되거나 불법 사육, 혹은 버려진 국제적 멸종위기 동물들이 이곳에서 새로운 삶을 얻고 있다.

세네갈카멜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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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 내부에 들어서자 첫 안내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국제적 멸종위기종, 당신의 선택이 이들을 지킬 수 있습니다.”

주종우(46· 사진) 국립생태원 동물보호부 부장은 보호 동물의 80.8%가 밀수 적발 사례로 매년 그 비율이 더 늘고 있다국제 거래가 금지된 희귀 동물들이 여전히 암암리에 거래되고 있고, 그 불법 시장의 그림자가 시설 안에 고스란히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알비노 그물무늬비단뱀, 인도별거북, 물왕도마뱀, 목화머리타마린, 인도차이나코브라. 인도별거북, 샴악어, 코모도왕도마뱀, 히말라야원숭이 등 이름만 들어도 낯선 이들은 이국적 애완동물혹은 희귀 장식품이라는 이름으로 국경을 넘어왔다가 세관에 적발돼 이곳으로 보내졌다.

시설은 2019년 착공해 20217월 문을 열었다. 규모는 2162, 최대 580마리를 수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80% 이상이 찼다. 현재 보호 중인 개체는 약 65, 370여 마리에 이른다.

주종우 국립생태원 동물보호부 부장이 CITES동물 보호시설 전시관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 도복희 기자
주종우 국립생태원 동물보호부 부장이 CITES동물 보호시설 전시관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 도복희 기자

 

특히 어린 개체가 많아 안정된 환경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육사들은 개체별 영양을 고려한 먹이와 7명의 수의사가 의료 지원을 제공하며, 동물이 본래의 습성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시설 옆 홍보관에는 밀수 적발 사례와 국제적 멸종위기종 관련 뉴스 자료, 멸종위기종의 생태 정보를 담은 전시물이 놓여 있다. 단순한 동물원식 관람이 아니라 불법 거래가 이들을 멸종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공간이다.

주 부장은 야생은 야생에 있어야 한다인간의 호기심이나 상업적 이익을 위해 사육되는 순간, 그들의 삶은 파괴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관람객들이 전시를 통해 야생동물은 함께 살아야 할 존재라는 인식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곳의 국제적 멸종위기종들이 전부 야생으로는 돌아가지 못하더라도, 더 나은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하는 주 부장은 동물들이 더 넓고 안전한 시설로 옮겨갈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곳에서 보호되는 개체 중 자연으로 돌아가는 경우는 드물다. 밀수와 불법 사육의 과정에서 이미 야생성을 잃었기 때문이다.

나일왕도마뱀
나일왕도마뱀

 

초록이구아나
초록이구아나
에메랄드나무보아
에메랄드나무보아

 

서천의 CITES동물 보호시설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다. 국제 불법 거래의 어두운 단면을 고발하고, 인간의 욕망이 남긴 상처를 기록하는 생태적 증언 공간이다.

우리는 야생과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 알비노 뱀이, 별무늬 거북이, 큰 귀를 가진 여우가 우리 안에서 숨을 고르는 모습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관람객 스스로 찾으라고 말하는 듯하다.

서천 도복희 기자 phusys2008@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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