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한때는 고맙던 꽃이며 소녀였다” …손녀 윤슬에게 바치는 시처럼 감동 전해
1회 부여북페어의 특별 프로그램인 ‘엄마 백일장’에서 도미혜(49·전주) 씨가 금상을 차지했다. 이번 백일장은 지난 3일 부여 관북리 유적지에서 열렸다.
‘소녀’를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는 현장에서 원고를 작성해 제출하는 방식으로 치러졌으며, 심사는 김형수 신동엽문학관 관장, 도복희 시인, 최은숙 시인이 맡았다. 김 관장은 “진정성을 기준으로 문학적 감동을 주는 작품에 높은 점수를 줬다”고 심사평을 전했다.
금상을 받은 도미혜 씨는 수상 소감에서 “언젠가 손녀가 생기면 ‘윤슬’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싶다고 했는데, 그 손녀가 오늘 오고 있다”며 울먹였다. 이어 “예상치 못한 결과라 더욱 감사하고, 이 상은 윤슬이에게 주는 첫 선물 같다”고 말했다.
그의 수상작은 ‘46의 나이에 할머니가 되었다’로, 예기치 못한 세대의 순환과 모녀 간의 사랑을 섬세한 문체로 그려낸 작품이다.
작품 속 화자는 “우리도 한때는 고맙던 꽃이며 소녀였다”는 문장으로 세대 간의 연대를 따뜻하게 묶어내며 현장의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김형수 관장은 “도 씨의 글에는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여성의 삶과 사랑, 그리고 그 안의 생명력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녹아 있었다”며 “문학의 본질이 바로 이런 공감의 힘이라는 점을 다시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엄마 백일장’은 올해 처음 열린 부여북페어의 대표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가족·돌봄·기억을 주제로 한 글쓰기를 통해 세대 간의 대화를 이끌어내는 자리였다. 주최 측은 “이번 대회를 계기로 부여북페어가 가족과 문학이 만나는 새로운 축제의 장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젊음은 사그러들고 여름은 흘러가고, 딸도 자식의 꽃을 꺾고 윤슬이라는 꽃을 가꾸고 있다.”
— 도미혜, ‘46의 나이에 할머니가 되었다’ 중에서
부여 도복희 기자 phusys2008@dy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