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대명절 추석 연휴가 끝났다.
이번 추석은 역대 최장인 10일간의 황금연휴인 데다 이동 인원 또한 역대 최대 규모인 3200만 여명에 달했다고 한다. 지역과 세대를 초월한 귀향 행렬이 연휴 기간 뒤섞여 거대한 민심의 흐름을 만들어냈을 것이다. 이 기간 민심의 용광로에서 형성된 여론은 내란청산, 검찰청 폐지, 관세협상 난항 등 이재명 정부의 초반 정책 드라이브 성패를 좌우하는 결정적 동인이 될 게 분명하다.
대전 등 충청권의 추석민심도 크게 다르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은 새 정부의 추진력을 당부하는 목소리가 많았다고 한다. 반면 국민의 힘은 관세협상을 해결하고, 경제를 살리는데 힘을 쓰라는 민심이라고 소개한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이라 여느 때보다 귀기울여 들었을게 분명하다. 실제 10여일에 이른 추석 연휴 동안 지역 국회의원 대다수가 지역구를 누비며 민심 청취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여야정당이 들었다는 민심은 어딘지 맞춤형 민심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자기들이 듣고 싶은 소리만 들은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다. 자기 당에 유리한 민심을 소개하는 것 같은 의심도 든다. 여당은 내란청산의 여론이 많다는 식이고, 야당은 정치보복이나 경제불황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는 식이다.
정치의 본령은 국민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대변하며 조정하는 것에 있다.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한 나라의 정치는 경쟁과 타협이라는 두바퀴가 원활히 굴러가야 한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한국정치는 정치의 본령이 실종됐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여론이다. 민생의 최종 책임자인 정부와 집권여당은 내란청산 등 3대 특검 등의 사법리스크 공격에만 집중하고 있고, 일체의 대화를 단절해 놓고 있다. 야당 또한 내란관련 사법리스크 방어에만 몰두하고 있고, 당내에서 조차 대화와 타협이 보이지 않는다. 여야의 극단적 대결 정치는 어디에도 국민과 민생에 대한 고려가 없다. 이들의 정치행태는 마치 데칼코마니 같은 형국이다.
정치권은 원래 명절연휴 기간의 민심에 예민하다. 특히 이번 추석민심은 내년 지방선거로 이어지는 출발점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여야 모두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대다수 언론이나 정치평론가들은 현 정국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인한 정부 전산망 마비 사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 체포와 석방으로 여야 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여야 모두 명절 끝 민심의 경고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의 관세협상 난항, 초유의 국가전산망 마비 사태 등 나라 안팎으로 난제들이 쌓여 있다.
민주당은 내란청산과 검찰사법개혁 속도의 유혹을 버리고 공론에 힘 쓸 필요가 있다. 야당도 개혁에 어깃장을 놓기보다는 성공을 위해 지혜를 보태야 한다.
여야는 오는 13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를 앞두고도 민생보다는 정치적 이슈에 치중하는 모습이다. 국민과 충청민은 우리 정치가 ‘먹고 사는 문제’에 힘써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민심을 제대로 들었다면 충청민의 기대를 저버려서는 안된다.
민심은 천심이라고 했다. 경제의 앞날이 불투명하면서 국민들 근심도 깊어가고 있다. 민생 문제를 해결해야 할 정치의 책무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여야가 추석민심을 제대로 살펴 민생을 돌보고 초당적으로 경제 위기에 대처하는 상생과 책임의 정치에 앞장서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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