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전 한국문인협회충북제천시지부장 김흥래
“무에? 누구보고 당신이라고?”
“그게 어떤데?”“어찌 그리 대놓고 무시하는가?”
“.........”
설전(舌戰)이다.
당신이라는 단어의 쓰임새로 다툰다.
대화 중에 ‘당신’이라는 단어를 유독 자주 쓰는 사람들이 있다.
그는 부하나 후배 등 아랫사람에게는 물론이고, 친구 동년배에게도 무시로(無時로) 사용한다.
심지어 나이는 많으나, 지위는 약간 낮은 이들에게도 다그칠 때에 튀어나온다.
‘당신’이라는 말을 잘하는 사람들은 그 단어의 긍정적 면만을 생각하여 왜곡하려 한다.
우선 부부 사이의 호칭이다.
“당신 사랑하는 내 당신 둘도 없는 내 당신 당신 없는 이 세상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다음으로 제3자를 존귀하게 표현할 때 사용된다.
“아버지께서는 당신과 상관없는 일이라도 강자가 약자를 괴롭히는 일은 그냥 지나치지 못하셨다.”
하지만 부부 이외의 대화에 나오는 ‘당신’은 그다지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다.
표준국어대사전 첫 번째 해석에 보면 ‘하오’할 자리에서 상대에게 쓰는 말이요, 세 번째 해석에서는 ‘맞서 싸울 때 상대편을 낮잡아 이르는 이인칭 대명사’라고 설명한다.
“뭐? 당신? 누구한테 당신이야?”라는 격한 표현이 나오게 하는 감정의 트리거이다.
어린 시절 친구들에게 ‘당신’이라는 호칭을 쓰는 이는 없다. 사회생활하면서 어느 정도 레벨을 이룬 사람들이 사용하는 경향이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그 말을 듣고 매우 황당하였다는 후문들은 즐비(櫛比)하다. 그렇다고 격조한 세월 만에 만나 그러한 단어로 티격태격하기 곤란하여 그냥 넘어갔어도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친구 목록에 포함시키리라.
국어사전 상 ‘당신’이라는 호칭이 친구 사이에는 하대 표현이라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쓰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친밀함의 단어라고 우길지 몰라도 상사나 끗발 있는 후배에게는 절대 사용하지 못하면서 말이다.
우리 선배들은 친구 사이에도 편지에서는 ‘인형(仁兄)’이라는 표현으로 상대를 높이는 편이었다. 하물며 대화에서 굳이 상대를 깔아 내리는 ‘당신’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저의에는 자신의 성공에 대한 은근한 과시욕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어떤 이의 성공이나 사회적 성취의 확인은 그 사람의 상대에 대한 격하적 어투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타인에 대한 겸손과 예절에 묻어나오는 법이다.
젊은이들 사이에 최근 어법이 무너지고 예의적 표현이 실종되었다는 지적이 있다. 청년층에서는 그 내용을 몰라서 그럴 수도 있다고 하지만, 그 전에 기성세대들은 자신의 어투가 제대로 사용되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특히 만나자마자 사용하는 호칭의 경우에 그 중요성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