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연이은 비리', 강호동 농협회장 결국 압수수색
회장 선거 1개월 앞두고 용역업체로부터 1억원 수수 혐의
경찰, 압수물 분석 마치는 대로 소환 조사…검찰 송치 여부 결정

역대 4명의 중앙회장이 수사를 받은 농협중앙회가 또다시 회장 금품수수 의혹이 불거져 비상이 걸렸다.
특히 강호동(61) 농협중앙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인사 개입 의혹에 휩싸였고, 이번 금품수수 혐의까지 더해지면서 경찰 수사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취임 후 ‘인사 개입·뇌물 등 각종 의혹 불거져
16일 경찰과 농협중앙회 등에 따르면 강 회장은 2024년 NH투자증권 인사 개입으로 금감원 점검을 받은 데 이어 이번엔 경찰 강제수사까지 받는다.
강 회장은 2023년 12월 회장 선거를 한 달 앞두고 농협 유통 관련 용역업체 대표로부터 5000만원 씩 두 차례에 걸쳐 총 1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지난 3월에는 NH투자증권 인사 개입 의혹으로 금감원 점검까지 받았다.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지난 15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에 있는 강 회장 집무실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강 회장은 특정범죄가중법상 뇌물 수수 혐의를 받고 있다. 혐의의 핵심은 선거 자금 명목으로 받은 1억원의 대가성이다.
◆각 사업부문 대표 인사추천권 등 ‘막강한 권한’
농협중앙회장은 4년 단임제의 비상임 명예직이지만, 전국 1000곳 이상 단위조합과 중앙·지역본부를 이끄는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중앙회장은 전무이사와 각 사업부문 대표이사에 대한 인사추천권을 갖고 있다. 공직자윤리법상 재산 등록 의무가 있는 공직자로 분류된다.
임기는 범농업계 합의를 거쳐 2009년 단임제로 전환됐다. 당시 농협 개혁 차원에서 회장의 인사 전횡을 막기 위해 단임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단임제 도입 후에도 중앙회장의 막강한 권한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강 회장 취임 직후인 2024년 초 NH투자증권 인사 개입 의혹이 제기되자, 금융감독원이 직접 개입해 관련 절차를 점검한 바 있다.
농협중앙회 측은 “경찰이 수사 중인 사건은 제보자의 일방적 주장”이라며 “의혹은 수사 과정에서 모두 소명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압수수색을 진행 중이며 구체적인 수사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강 회장을 소환해 금품 수수 경위, 대가성 여부, 인사 개입 의혹 등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 송치 여부는 수사 결과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다.
◆강호동 회장은 누구
강 회장은 1963년 경남 합천군 율곡면 출생이다. 대구미래대 세무회계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1987년 경남 합천농협에서 입사해 40년 넘게 농협 현장을 지켜온 대표적인 현장형 리더다. 지역 조합장 시절에는 농산물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농민 지원사업을 강화하는 데 주력했다. 특히 딸기 같은 고부가가치 작물 육성에 기여해 많은 농민들의 신뢰를 받았다.
2020년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도전했다가 낙선했고 2024년 재도전 끝에 62.7% 득표율로 당선됐다. 농협중앙회장에 취임하면서 그는 ‘조합원과 농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내세워 전국 단위 농업경제 네트워크 개혁과 농업금융 안정화에 집중했다. 취임 후에는 농자재 가격 안정화, 농축산물 유통 구조 개선 등 굵직한 현안들을 해결하며 ‘농민 대통령’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농협중앙회장은 전국 농협 조합장들이 직접 투표로 선출한다. 홍승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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