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언어로 새벽을 여는 시인의 따뜻한 수행 기록
장상옥 시인의 첫 시집 『밤이 깊지도 않고 새벽이 왔다』(도서출판 상상인)가 출간됐다.
이번 시집은 화려한 장식이나 관념의 고지대가 아닌, 손끝과 발목, 목울대와 허리처럼 생활의 말단부터 세계를 탐사하는 시집이다.
표제작 「하지夏至」를 비롯해 총 4부 74편의 시가 실린 이 시집은 삶의 세목을 세심하게 꿰매는 한 편의 ‘생활 교본’이자 ‘애도의 기록’이다.
첫 시 「시작매듭」은 바느질의 첫 매듭을 삶의 수행으로 비유하며, “매듭지어야 할 자리 / 그것 안다는 것은 / 시작할 때를 안다는 것이다”라는 구절로 시집의 미학적 방향을 제시한다.
들판과 부엌, 강가와 지하도 등 생활의 현장에서 발견한 시인의 사유는 노동과 기다림, 상실과 위로의 언어로 확장된다.
「우두둑, 밭매기」에서는 어머니의 말 한마디가 뜨거운 지혜로, 「속초에서」에서는 떠난 이를 애도하는 일상의 장면으로 번진다. 특히 “제대로 비추는 것은 길을 묻지 않는다”는 「귀들이 돌아오는 강가」의 문장은 이 시집이 세계를 대하는 태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영춘 시인은 해설에서 “장상옥 시인의 시는 소외된 삶의 가장자리에서 인간의 내면을 따뜻하게 포착하며, 그 아픔을 서정으로 승화시킨다”고 평했다. 또 “깊은 바닷속 파고 같은 내면의 고뇌가 독자에게 큰 파장으로 번져오는 공감의 시”라고 덧붙였다.
시집 말미에 실린 ‘시인의 말’에서 장상옥 시인은 이렇게 고백한다.
> “수십 년 시 옆에 있으면서 정작 시로 살아오지 못했지만, 그 시간들도 다른 모양의 시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처 없는 바람이 없듯이, 소중하지 않은 생이 없듯이, 지친 이들에게 부디 위로가 되길 바란다.”
생활의 언어를 통해 생의 진실과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밤이 깊지도 않고 새벽이 왔다』는, 상실의 어둠을 지나 새벽으로 나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조용한 등불 같은 시집이다.
장상옥 시인은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와 한국방송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자유문학』 10회 신인상으로 등단했으며, 서울예술대학 <예술의 빛>상을 수상했다. 현재 풀무문학동인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도복희 기자 phusys2008@dy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