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의 가치를 전시로 이야기하다”

▲ 국립생태원 박양규 전시기획운영실장<사진 도복희 기자>

“전시는 단순히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변화시키는 언어입니다.”
국립생태원 전시기획운영실을 총괄하는 박양규(52·사진) 실장은 전시를 통해 생태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생태 스토리텔러’를 지향한다. 그는 생태계의 소중함을 알리고 그 가치를 국민에게 전하는 전시문화 사업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박 실장은 현재 국립생태원에서 △기획전시과 특별전시 사업 △국민 누구나 생태의 가치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마케팅 사업 △쾌적한 관람 환경을 조성하는 전시 운영과 서비스 관리를 총괄하고 있다.
그는 “생태전시는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관람객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동식물의 생태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이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일깨워주는 것이 진정한 전시의 역할이라는 것.
충남 부여가 고향인 박 실장은 청주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국민권익위원회에서 10년간 환경 민원과 제도 개선 업무를 맡으며 환경 행정의 실무를 익혔다. 당시 환경과 자연생태 관련 업무를 담당하면서 자연과 생태 보전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갖게 됐고, “생태를 지키는 일에 직접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국립생태원에 지원했다.
국립생태원에서는 대외협력, 인사, 기획, 홍보 등 다양한 행정 업무를 거치며 조직의 중심을 지탱해 왔다. 올해 3월, 그는 전시기획운영실장으로 발령받아 국립생태원의 전시 철학을 정립해 나가고 있다.
그가 대표적인 기획 성과로 꼽히는 전시는 ‘명화로 만나는 생태전’이다. 이 전시는 국민에게 익숙한 세계 명화를 통해 작품 속 동식물의 생태적 특징과 관계성을 흥미롭게 풀어냈다. 생태와 예술을 융합한 이 전시는 큰 호응을 얻어, 이후 서울중구문화재단과 국립세종도서관 등 전국 주요 기관에서 순회전시로 이어지고 있다.
박 실장은 “예술과 생태가 만나면 더 많은 국민이 자연을 이해하고 가까이 느낄 수 있다”며 “이 전시는 그 가능성을 보여준 의미 있는 사례였다”고 평가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또 다른 대형 전시가 준비돼 있다. 오는 28일 개막하는 특별전 ‘CCPP 기후환경 사진 프로젝트’는 아이슬란드, 이탈리아, 벨기에, 미국 등 세계적 사진작가 4명의 기후위기 사진 100여 점을 선보인다.
그는 “사진이 지닌 감성의 힘으로, 기후위기에 대한 공감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계절의 균열’ 기획전도 예정돼 있다. 생물다양성 감소와 서식지 파괴, 기후 온난화 등 우리 주변의 기후변화 문제를 주제로 한 전시다.
그는 앞으로의 국립생태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과학적 연구에 기반한 깊이 있는 전시로 진화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개원 12년 차를 맞은 국립생태원은 일부 전시시설이 노후화됐지만, VR·AR 등 실감형 콘텐츠를 도입하고, 온라인 가상 전시를 활성화해 시공간 제약 없이 누구나 생태를 체험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전시를 보고 ‘지구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실천하겠다”고 말할 때 전시 기획의 보람을 느낀다는 그는 작은 깨달음 하나가 환경을 지키는 행동으로 이어지길 바랐다.
이어 후배들에게 “전시기획자는 생태적 소양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엮어내는 스토리텔러이자 예술가”라며 “끊임없이 배우고, 다양한 전시를 직접 체험하며 자신만의 시각을 키우고 무엇보다 우리가 하는 일은 ‘지구를 위한 일’이라는 자부심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박양규 실장에게 전시는 단순한 직무가 아니라 자연과 인간을 잇는 다리다. 그 다리 위에서 생태의 가치를 세상에 들려주는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서천 도복희 기자 phusys2008@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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