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효주 충북도의회 예산결산특별전문위원실 주무관

▲ 안효주 충북도의회 예산결산특별전문위원실 주무관

우리는 “남자니까”, “여자니까”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농담처럼 흘려듣기도 하지만 그 말에는 보이지 않는 선이 있다. 그 선은 사회 곳곳에 자리해, 때로는 누군가의 가능성을 좁히기도 하고 마음의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직업이나 취미를 선택할 때 성별을 먼저 의식하며, 그 틀은 개인의 꿈과 기회를 가두는 벽이 되곤 한다.
김혼비 작가의 책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축구>는 이 벽을 넘어서는 순간의 해방감을 전해 준다. 책 속의 여성들은 축구의 경험이 쌓이면서 축구에 대한 애정이 커지는 만큼 “왜 우리에겐 축구할 기회가 없었을까?”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축구는 남자의 운동”이라는 편견을 깨고 마음껏 달리며 땀 흘리는 순간,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여성이 운동장에서 공을 차는 모습이 아직은 낯설게 보이는 현실 속에서도, 우리는 그라운드 위에서 성별이 아닌 실력과 열정을 발견하게 된다. 이는 성평등이 멀리 있는 이상이 아니라, 우리 일상에서 누려야 할 자유이자 기쁨임을 보여준다.
성평등은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자연스레 자리해야 한다. 직장에서 성별과 관계없이 의견을 존중하는 태도, 모임 자리에서 역할을 성별로 구분하지 않는 작은 배려, 그리고 육아휴직을 내고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아빠의 모습 속에도 성평등은 우리 삶에 녹아들어 있다.
고용노동부 통계(2024)에 따르면 남성 육아휴직자는 약 4만1000명으로 10년 전보다 9배 가까이 늘었다. 이는 ‘6+6 부모육아휴직제’와 같은 제도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남성 육아휴직 비율은 31%에 그치지만, 돌봄이 여성에게만 집중되던 현실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육아에 적극적인 남성을 ‘당연한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돼야 하며 이는 모든 가족이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다.
물론 제도만으로 성평등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문화체육관광부 조사(2024)에 따르면 여성 생활체육 참여율은 약 51%로 10년 전보다 크게 늘었지만, 남성은 ‘축구, 풋살’을, 여성은 ‘요가, 필라테스’를 가장 선호해 여전히 성별에 따른 차이가 나타난다. 이처럼 사회 전반에 남아 있는 고정관념을 바꾸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아이가 “엔지니어는 남자야?”, “발레는 여자만 해?”라고 물을 때, 우리는 “누구나 될 수 있어”라는 대답을 자연스럽게 건넬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언어 습관에서도 “여자는 과일을 잘 깎아야지”, “남자가 왜 울어”라는 말 대신 개인의 성향과 능력을 존중하는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
미디어와 교육 현장 역시 다양한 역할 모델을 보여줘야 하며, 이는 어린 세대가 자연스럽게 성평등을 상식으로 받아들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이런 작은 변화들이 쌓여 우리 사회의 상식을 바꾸고, 성평등을 삶의 토대로 자리 잡게 할 것이다.
성평등은 여성에게는 더 넓은 기회를, 남성에게는 삶의 선택지를 확장하는 자유를 준다. 서로가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 누구나 편견 없이 꿈꿀 수 있는 사회가 바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미래다. 여자축구가 보여주는 우아하고 호쾌한 장면처럼, 성별의 고정관념을 넘어설 때 우리 사회도 더 자유롭고 열린 내일을 맞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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