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아파트 잇따라 ‘지하 충전 금지’
지하주차장 충전기 관련 제도 ‘전무’

▲ 4일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 게시판에 붙은 전기차 지하주차장 충전 금지 안내문.[사진=조창희 기자]

정부가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한 전기차가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제도적 근거 없이 잇따라 쫓겨나(?) 운전자들의 원성이 높다.
특히 서울·수도권 일부 단지에서 시작된 ‘전기차 지하 충전 금지’ 조치가 최근 충청권으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4일 동양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최근 ‘지하에서는 충전하지 말고 지상 충전기를 이용해 달라’는 내용의 안내문을 부착했다.
완속충전기가 지하에 설치돼 있지만 관리소 측은 “지하 화재 발생 시 대피가 어렵다는 주민 의견을 반영한 안전조치”라고 설명했다.
입주민 반응은 엇갈린다. 전기차 차주 김모씨(39)는 “지상 충전기는 몇 대 안돼 기다림이 길다”며 “지하 충전기가 있는데 사용하지 말라는 건 불합리하다”고 토로했다.
반면 내연기관차 차주 이모씨(64)는 “전기차 화재가 나면 다른 차량에도 피해가 커 겁이 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충청권의 다른 아파트들도 유사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세종시의 한 신축 아파트는 입주자대표회의 결정으로 지하 충전을 중단했고, 대전 서구의 한 아파트는 보험사 권고를 근거로 전기차 주차 자체를 제한했다.
충북지역 일부 단지에서는 관리소가 입주민 단체 채팅방을 통해 ’지하 충전 자제‘를 요청한 사례도 있다.
문제는 이런 조치가 법적 기준과 관리·체계적 기준 없이 ’선 조치, 후 검토‘ 식으로 시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다수 단지는 전기차 보유 세대조차 파악하지 않은 채 방침을 정했다.
청주지역 한 아파트 관리소 관계자는 “별도로 전기차 세대를 집계한 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전국 차량화재 4550건 중 전기차 화재는 20건(0.4%)에 불과하다.
충청대 소방안전과 A교수는 “전기차 화재 위험은 실제보다 심리적으로 과대 인식되고 있다”며 “무조건적인 충전 금지보다는 환기·소화시설 확충과 체계적 관리가 현실적 해결책”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부처 간 입장도 엇갈린다. 소방청은 “지하주차장 충전시설은 화재 시 대피가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하는 반면 국토교통부는 “공동주택 내 충전시설 설치를 지속 권장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관리주체들은 ”정부 지침이 제각각이라 현장 판단이 어렵다“며 ”입주민들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현재 소방청과 국토부는 공동주택 내 전기차 충전시설 안전관리 기준 개선안을 검토 중이지만 구체적 일정과 세부 지침은 공개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보급 속도에 비해 아파트의 안전 기준과 관리 체계는 여전히 미비하다”며 “충전시설 설치와 화재 대응 모두 명확한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충북지역에 등록된 전기차는 약 2만4000대로 이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조창희 기자chagnhee@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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