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익원 괴산군 정원산림과장
초가을, 풀잎이 바람에 흔들리고 낙엽이 살며시 발끝을 스칠 때, 사람은 자연의 숨결을 가장 먼저 ‘발’로 느낀다. 충북 괴산군이 조성한 성황천 맨발숲길이 9월 임시 개장하면서 주민들과 방문객들에게 자연 속에서 즐기는 힐링과 건강 회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 이제 막 문을 연 이 숲길은 괴산의 사계절과 조화를 이루는‘건강한 일상 회복의 길’로 눈길을 끌고 있다.
사계절 모두 아름다운 괴산이지만 10월의 산야와 바람은 더욱 특별하다. 자연의 변화가 유난히 섬세하고 조용하게 다가오면서 설레임 또한 가슴 위로 살포시 내려 앉는다. 하늘은 높고 맑으며, 기온은 선선하고, 들판과 산자락에는 수확의 결실이 풍요를 더하고 있다..
이처럼 가을은 외부 활동에 최적의 시기고, 신체 건강 증진에 매우 효과적이다.
맨발로 숲을 걷는 길은 인간이 자연과 가장 가까이 접촉하는 방법이며 우리 몸과 마음을 동시에 깨우는 명상적 경험이다.
괴산 맨발 숲길은 길이 1.2km에 달하는 구간에 부드러운 마사토로 바닥을 포장해 맨발로 걷기에 최적이고, 주변 경관도 빼어나다. 구간 곳곳에 세족장과 가로등 등 편의시설도 설치해 안락함도 더하고 있다.
바닥 재질은 발바닥의 지압점을 부드럽게 자극해 혈액순환을 돕고, 발과 다리의 근육과 관절을 자연스럽게 사용하게 만들어 균형 감각을 회복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발바닥은 '2의 심장'이라 불릴 정도로 중요한 신체 부위다.
여기를 직접 자극하는 맨발 걷기는 면역력 향상, 수면의 질 개선, 스트레스 해소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한다.
숲이라는 공간이 주는 정서적 안정 효과도 더할 나위 없다. 나무에서 발산하는 피톤치드와 음이온은 뇌의 알파파를 증가시켜 심리적 안정을 유도하고, 우울감이나 불안감 완화에도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다수 기록돼 있다.
실제로 몇 시간 숲속을 걷고 나면 마음이 맑아지고, 긴장이 풀리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괴산 맨발 숲길은 이렇게 신체적·정서적 건강 회복을 동시에 이끌어낼 수 있는 특별한 공공 공간이다.
특히 아이들에게는 자연의 감각을 직접 경험하며 감성 발달을 자극하고, 어르신들에게는 걷기의 즐거움과 일상의 활력을 되찾게 한다.
현재 군은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정식 개장을 준비 중이다. 숲길 주변에는 수국정원, 다층정원, 계절별 경관 식재, 쉼터 등 사계절 내내 방문하고 싶은 치유형 공간으로 완성할 계획이다. 하지만 아무리 아름다운 자연이라도 운영과 관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 가치가 지속되기 어렵다.
바닥 유지관리, 시설의 위생과 안전 확보, 접근성과 편의성 강화, 주민 의견 반영, 프로그램 다양화 등 세심한 전략이 함께 필요하다.
지금 괴산 성황천 맨발 숲길은 막 시작된 길 위에 서 있다. 아직은 조심스레 내딛는 첫걸음이지만, 그 길 위에 발을 올리는 순간 누구든 자연과 가까워지고,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숲의 냄새, 흙의 촉감, 바람의 소리, 나무의 그림자 속에서 우리는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다시 호흡하는 법을 배운다. 초가을 숲길 위를 걷는 맨발 한 걸음, 한 걸음이 건강과 힐링, 공동체 회복의 긴 여정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