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이 시인의 신작 시집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 밤’ 출간

정경이 시인
정경이 시인

 

전남 완도 출신 정경이 시인이 일상의 미세한 순간과 내면의 떨림을 담은 신작 시집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 밤을 선보였다. 이번 시집은 우리가 흔히 외면하는 뒷모습, 등을 응시하며 시작한다. 시인은 등은 뭉클하다라는 고백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진실의 자리로 독자를 안내한다.

시집 속 시선은 거창한 서사보다 삶의 작은 순간을 포착한다. 설거지하며 구부정해진 허리, 이른 새벽 문을 나서는 여인의 등, 그리고 흐트러짐 없이 툭 떨어지는 동백꽃까지. 시인은 사소한 장면 속에서 삶의 무게와 동시에 아름다움을 길어 올린다.

특히 사랑에 대한 시인의 시선은 독특하다. 간격에서는 그리움과 사랑의 적정한 거리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네가 보고 싶을 때면/나는 바다로 간다는 구절에서 드러나듯, 가까움과 멀음 사이에서만 사랑의 깊이가 완성된다는 통찰을 담았다.

정주와 유랑의 긴장도 시집의 중요한 축이다. 그 섬의 허벅지가 곱다에서는 떠나야 머무름의 의미를 깨닫는 순간을, 에서는 누에와 제비의 집 짓기와 대비하며 인간의 정처 없는 유랑을 성찰한다.

문체는 절제와 여백으로 특징지어진다. 감정을 직설하지 않고 쉼표 하나, 단어 하나로 독자의 상상을 자극한다. “,/혼자가 아니었네”(유달산 밤 벚꽃)처럼 짧은 감탄사 하나로 화자의 내면을 드러내며, ‘맺힘차마같은 단어는 응축된 정서를 전한다.

정경이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소유가 아닌 배려, 화려함이 아닌 관찰, 격정이 아닌 간격을 통해 삶의 온기를 보여준다. 햇빛이 마당을 뛰어다니는 평범한 날, 작은 일상의 순간 속에서 느낄 수 있는 희망과 연민을 담았다.

1966년 전남 완도 출생인 정경이 시인은 목포대 국어국문학과와 동 대학원 국어교육과를 졸업했으며, 2001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으로 등단했다. 현재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신작 시집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 밤은 보이지 않는 것들을 바라보는 시인의 섬세한 시선과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한 권에 담아 독자와 만난다.

도복희 기자 phusys2008@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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