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순간을 시로 담다
경남 고성 출신 김종회 시인이 다섯 번째 디카시집 『북창삼우(北窓三友)』를 펴냈다. 지난 4집 『영감과 섬광』 이후 1년 6개월 만에 선보이는 이번 시집은 사진과 짧은 문장을 결합해 일상의 순간을 세밀하게 포착하는 디카시의 미학을 담았다.
김 시인의 디카시는 한 장의 사진과 한두 줄의 언어로 독자를 사유의 세계로 이끈다. 시인은 기록을 넘어 사유의 장치로 카메라를 활용하며, 이미지의 가장자리에서 말을 건네듯 조심스럽게 순간을 포착한다. “사진이 붙잡은 찰나 위에 언어는 지속을 부여하고, 그 지속은 독자가 스스로 여백을 메우게 한다”는 그의 설명처럼, 페이지마다 느린 관찰과 성찰을 가능하게 한다.
시집은 4부로 구성된다. 1부 ‘생활의 새 발견’에서는 시인의 일상 공간에서 새롭게 발견한 의미를 담았다. 「설경문학관」, 「황금 깃발」, 「눈 마당」 등은 빛과 눈, 사물의 표정을 섬세하게 끌어올린 작품들이다. 2부 ‘소공녀의 축일’은 손녀와의 일상을 다정하게 담아, 「작은 공주님」, 「모닝 빵순이」 등에서 가족의 유머와 온기를 느낄 수 있다. 3부 ‘풍경 속의 잔상’은 바다, 산, 도시 풍경에서 시간의 깊이를 길어 올린 작품들로, 「해운대 해무」, 「유달산 목포」, 「순교의 땅」 등에서 장소 고유의 기운과 역사적 층위를 담았다. 4부 ‘사람과 그 생각’은 나훈아, 조용필, 정태춘 등 공연 사진과 함께 「80년 불통」, 「탈북 경로」 등 사람과 사건의 의미를 포착해 기록과 증언의 기능을 수행한다.
김종회 시인은 “디카시는 내 일상의 예술이자, 예술의 일상이 되었다”며 “한 컷, 한 줄의 세계가 작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는 믿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시집 제목 ‘북창삼우’는 북향 선비의 방에 있던 세 벗, 시와 술과 거문고를 의미하며, 시인이 생각하는 시와 취흥, 음률의 의미를 담았다.
김 시인은 경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26년간 재직했으며, 현재 중국 연변대 객좌교수와 경남정보대 특임교수로 활동 중이다.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 촌장, 세계한글작가대회 집행위원장 등으로도 활동하며, 다수의 평론집과 산문집, 디카시집을 펴냈다.
이번 디카시집 『북창삼우』는 바쁘고 조급한 현대인에게 잠시 멈춰 사유하게 하는 시간을 제공하며, 사진과 문장이 만나 일상을 새롭게 읽는 경험을 선사한다.
도복희 기자 phusys2008@dy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