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지자체 축제 무엇이 문제인가
<상>서민경제 ‘한파’… ‘축제중독’ 혈세낭비
작년 충청권 축제 예산 350억원
포도·복숭아·사과 행사 잇따라
개최시기·행사내용 거의 똑같아
고물가와 소비 부진으로 서민경제가 얼어붙은 가운데 충청권 곳곳에서는 여전히 수백 개의 축제가 열리고 있다. 그러나 유사한 주제와 형식을 반복하는 축제가 늘어나면서 예산 낭비 지적과 효율성 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에 동양일보는 충청권 축제의 현황과 실태 개선 방향을 두 차례에 걸쳐 집중 보도한다. 편집자
해가 거듭될 수록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 지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지역 곳곳에서는 축제가 한창이다.
충청권 지자체가 올해 계획한 지역축제만 무려 200여개에 달한다.
코로나19 이후 억눌린 지역행사를 재개한다는 명분이지만 주민들 사이에서는 “매년 똑같은 행사를 왜 반복하느냐”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농·특산물을 주제로 비슷한 축제도 허다하다. 충북 북부권에서는 거의 같은 시기에 곳곳에서 ‘고추축제’가 잇따라 열린다. 주제와 시기·체험 프로그램이 대부분 겹쳐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다. 또 남부권에서는 포도·복숭아·사과 등 과일축제가 잇따르지만 판매 부스·공연·체험행사 중심을 이루는 구성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인근 충남권 역시 인삼·꽃·조명 등 계절성 소재를 내세운 유사 축제가 매년 반복된다.
결국 지역마다 이름만 다른 비슷한 행사가 개최돼 방문객이 분산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 지역축제 통계(2024년 기준)에 따르면 충청권 축제 예산 규모는 약 350억원으로 추산된다. △충북 160억원 △충남 130억원 △대전·세종이 60억원 수준이다. 이 중 절반 이상이 홍보비·무대설치비 등 소모성 경비로 쓰인다.
실제 충북의 한 지자체는 3일간 열린 지역축제에 8억3000만원을 투입했는데 이 가운데 4억6000만원이 홍보비와 시설비였다. 상인회의 분석에 따르면 행사 후 실제 매출 증가는 평균 2~3%에 그쳤다.
일선 군청에 다니는 한 공무원은 “직접 운영하기엔 전문성이 부족해 대부분 용역을 맡기고 있는 실정”이라며 “해마다 반복되는 행사는 특정 업체가 싹쓸이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비슷한 구조와 항목이 반복되면서 ‘단체장 치적 쌓기용 행사며 선거 표를 의식한 선심성행사’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행사성과 평가 방식 역시 여전히 불투명하다.
방문객 수와 경제효과를 대부분 자체 집계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지자체마다 기준이 달라 객관적 비교가 어렵고 참여 인원을 단순 누적으로 계산하는 사례도 있다.
충북도감사위원회는 지난해 ‘2023년도 시·군 자체감사 결과 보고서’에서 “행사성 예산의 사후 성과평가가 미흡하다”고 지적하며 개선을 요구했다. 전문가들은 이제 양적 확대보다 질적 내실화가 시급하다고 말한다.
지역의 한 문화관광 전문가는 “축제가 주민의 참여와 상권 활력으로 이어지려면, 지자체가 지속 가능한 브랜드전략을 세워야 한다”며 “지역 행사가 성공의 전제조건은 선택과 집중으로 특화전략을 벌여 차별화돼야 한다. 특히 행정 성과를 위한 반복적 행사는 이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창희 기자 changhee@dy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