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시민들과 소통하려면 공개해야
“개인정보라서 비공개”-“시민과 소통 위해 공개”

▲ 음성군의회 의원 별 누리집의 첫 화면에는 ‘군민과 소통하며 실천하는 의회’라는 구호를 내걸고 있지만, 현역 의원들의 사무실번호나 개인번호, 이메일 주소 등이 공개돼 있지 않다. 사진 음성군의회 누리집 갈무리

충남 시·군의회 누리집(홈페이지)에는 시·군의원 휴대폰 번호가 대부분 공개돼 있는 반면 충북은 비공개가 더 많아 주민들과 소통하려는 의식이 확연히 구분된다. 이에 따라 충남·북 지방의원들의 휴대폰 번호 공개 실태·소통 의식과 노력 등에 대해 두 차례 진단해 본다.

충청권 지방의원들이 주민과의 소통을 위해 시·군의원 휴대폰 번호를 공개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사생활 침해 등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비공개해도 문제없다는 찬반이 팽팽하다.
23일 동양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충북 11개 시·군의회 누리집에서 지역 의원 휴대폰 번호를 모두 공개하고 있는 곳은 보은군과 옥천군의회 단 두 곳에 불과했다.
청주시의회의 경우는 누리집에 일부 시의원들만 휴대폰 번호가 공개돼 있다. 그 외 충북 시·군 의회는 누리집에 의원 휴대폰 번호를 공개하지 않았다.
충북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관계자는 “시·군의원들이 누리집에서 휴대폰 번호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주민과의 소통 자체를 경시하는 것”이라며 “선거 때만 시민과 소통하겠다고 열심히 명함을 돌리지만 당선이 되면 시민 의견을 듣는 것을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실례로 충북 음성군의회 누리집 첫 화면에는 ‘군민과 소통하며 실천하는 의회’라는 구호를 내 걸고 있으나, 의원사무실 번호조차 안내 돼 있지 않다. 특히 ‘현역의원 소개란’에 의회 사무실 번호·이메일 주소·개인번호 모두 비공개된 상태다.
음성군의회 관계자는 “휴대폰 번호 공개는 의원들과 상의가 필요해 공개가 안됐다”며 “하지만 의원사무실 번호 공개는 홈페이지를 개편하면서 실수로 누락돼 곧바로 개선할 계획이다”라고 해명했다.
음성군의회 A의원은 “의원들 대부분은 개인정보 노출을 우려해 번호를 공개하지 않는다”며 “휴대전화를 공개하면 장난·악성 민원전화까지 우려해 공개를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괴산군의회 관계자는 “올해 초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보이스피싱 등의 이유로 휴대폰 번호는 다 지우라는 권고가 있어 삭제했다”며 “의원 휴대폰 번호를 요청하는 시민이 있을 때는 의회사무국에서 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모든 군의원 휴대폰 번호를 공개하고 있는 옥천군의회 관계자는 “의원들에게 휴대폰 번호 공개 여부를 물어 전원 동의를 받아 모두 공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청주시의회 누리집은 일부 의원들만 휴대폰 번호가 공개돼 있다.
휴대폰 번호가 공개돼 있는 국민의힘 이한국 의원은 “사무실에는 민원 전화를 못 받을 수 있어 휴대폰 번호를 공개했다”며 “전화번호를 공개해 보니 밤에 민원 전화가 오는 경우도 있고 한 시간 넘게 통화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도 제 일이고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승찬 의원도 역시 “지역구 주민들의 민원전화를 받기 위해 전화번호를 공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홍성각 의원은 “악성 민원이 있더라도 의원의 휴대폰 번호는 당연히 공개돼야 한다고 생각하며, 내 번호도 공개돼 있는 줄 알았다”며 “왜 시의회 누리집에서 내 휴대폰 번호가 누락됐는지 확인하고 바로 조치하고 공개하겠다”고 해명했다.
회사원 이모(30·회사원·서원구)씨는 “의원들도 사생활을 보호 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 개인 소신에 따라 공개를 결정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신모(44·회사원·흥덕구)씨는 “의원들이 시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려면 소통 창구가 있어야 한다”며 “공인인 의원들의 휴대폰 번호는 반드시 공개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오동연 기자 viseo@dynews.co.kr

충청 지방 의회 누리집에서 내걸고 있는 '소통' 구호들. 그러나 충북 지역 의회 누리집에서 의원 휴대폰 번호를 공개하고 있는 곳은 보은군과 옥천군의회 뿐이다.
충청 지방 의회 누리집에서 내걸고 있는 '소통' 구호들. 그러나 충북 지역 의회 누리집에서 의원 휴대폰 번호를 공개하고 있는 곳은 보은군과 옥천군의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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