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서점 8년새 47배 폐업 껑충... 전국 유명 향토서점도 속수무책
충북, 오프라인 서점 수 전국 최저... 영동·증평, 서점 1개 ‘소멸지역’
온라인 구매확산·대형서점 가격경쟁 등 장벽, 특성화로 극복해야

▲ 전국의 지역서점 폐업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43년 역사의 충북 청주 일선문고 자리를 이어받아 2012년 문을 연 우리문고도 지난해 간판을 내렸다. 사진은 폐업 전 우리문고 모습.
▲ 전국의 지역서점 폐업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43년 역사의 충북 청주 일선문고 자리를 이어받아 2012년 문을 연 우리문고도 지난해 간판을 내렸다. 사진은 폐업 전 우리문고 모습.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최근 발간한 한국서점편람 분석 결과에 따르면, 충북의 오프라인 서점 수는 가파른 감소세를 보이며 (세종을 제외한)전국 16개 광역시·도 중 서점 수가 가장 적은 지역이라는 오명과 함께 ‘서점 소멸예정지역’도 2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충북지역 서점 현황과 감소 이유 등을 파악하고 이에 따른 대책은 없는지 전문가 의견을 들어 점검해 본다.

부산을 대표하는 향토서점 문우당서점이 지난 1일 폐업했다. 1955년 부산 범내골에서 시작해 남포동에 둥지를 튼 지 70년 만이다. 1986년 수원 아주대 인근에 문을 연 교문서적은 37년 동안 지역주민과 함께하다 지난해 12월 30일 문을 닫았다. 1999년 강원도 춘천에 간판을 올린 광장서적은 한때 춘천지역 오프라인 도서 유통의 60%를 담당할 만큼 대표적인 지역 서점이었지만, 2023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65년 역사를 자랑하는 경남 진주의 헌책방 ‘소문난 서점’은 소재지인 진주고속버스터미널과 주민 배려로 폐점 위기는 넘겼으나 앞일을 알 수 없다.

가까이 대전지역의 대표 향토 서점 계룡문고는 1966년 개장했으나 지난해 9월 59년간의 시계를 멈추고 폐업했다.

충주 1호 서점 보문당이 60여년의 역사를 마감하고 문을 닫은 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이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2012년, 43년 역사의 향토서점 일선문고 자리를 이어받아 청주 성안길 용두사지철당간 앞에 서점 등 복합문화공간으로 문을 연 우리문고는 지난해 급기야 간판을 내렸다.

 

▲ 65년 역사를 자랑하는 경남 진주의 '오래된 책방'은 지역문화 산실로서의 향토서점 보존을 주장하는 주민과 기업 배려로 그 명분을 유지하고 있다.
▲ 65년 역사를 자랑하는 경남 진주의 '오래된 책방'은 지역문화 산실로서의 향토서점 보존을 주장하는 주민과 기업 배려로 그 명분을 유지하고 있다.

인터넷 서점의 성장과 대형 프랜차이즈 서점의 지방 진출, 경영난 악화 등 시대의 변화 앞에선 지역을 대표하는 유명서점도 속수무책이다.

독립서점 서비스 기업 동네서점의 보고서 '트렌드 2024'에 따르면 2016년 단 2곳이던 지역서점 휴·폐업 누적 수는 2024년 281곳으로 급증했다. 올해에만 30곳이 문을 닫았으며, 한때 연 100곳씩 새로 생기던 독립서점 수도 지난해 42곳으로 급감했다.

지난 9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24 지역서점 실태조사' 분석 결과,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 중 지역서점이 전무한 ‘소멸지역’이 6곳이고 단 1개의 서점이 있는 ‘소멸위험지역’도 21곳에 달했다.

 

▲ 괴산 숲속작은책방. 사진 박현진 기자
▲ 괴산 숲속작은책방. 사진 박현진 기자
▲ 충북 괴산의 '숲속작은책방'은 시대적 흐름에 반응하면서 공공기관 납품, 학교·도서관을 통한 홍보, 강의, 북스테이 운영 등 특화 운영을 통해 시골 오지임에도 독자 스스로 찾아오게 만들며 독립서점으로서의 면모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 박현진 기자
▲ 충북 괴산의 '숲속작은책방'은 시대적 흐름에 반응하면서 공공기관 납품, 학교·도서관을 통한 홍보, 강의, 북스테이 운영 등 특화 운영을 통해 시골 오지임에도 독자 스스로 찾아오게 만들며 독립서점으로서의 면모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 박현진 기자

이중 충북지역 통계는 특히 주목할 만하다.

2025년 7월 기준 충북도 인증 오프라인 서점 수는 62곳이다. 청주 28곳을 비롯해 충주 12, 제천 5, 보은 2, 옥천 2, 영동 1, 증평 1, 진천 3, 괴산 4, 음성 2, 단양 2곳이다.

영동군과 증평군이 단 1개의 서점이 있는 ‘소멸위험지역’에 속하며, 현재 위험지역이거나 아니거나, 향후 ‘소멸지역’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은 지역도 있다.

문제는 충북의 서점 수가 충북보다 인구가 적은 광주(82곳), 대전(106곳), 울산(69곳), 강원(91곳), 제주(89곳)보다도 현저히 적어 ‘인구 10만명당 서점 3.96곳’의 기록으로 전국 최하위를 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관광특수지역이긴 해도 충북 인구의 1/4밖에 되지 않는 제주(인구 10만명당 서점 12.38곳)에 비하면 1/3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더 주목할 점은 5년 전까지만 해도 충북(76곳)에 비해 서점 수가 적었던 강원(72곳), 충남(57곳) 지역이 2024년 기준 각각 91곳, 85곳으로 증가해 최하위 자리를 충북에 넘겼다.

요컨대 전국적으로 지역서점 폐업이 줄을 잇는 상황에서도 타 지역 서점 수는 증가한 반면 유독 충북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 우려를 낳는다.

임준순 청주시서점조합 회장은 “통계에서 보이듯 청주지역에 서점이 집중돼 있는 현상에 반해 서점소멸위기지역이거나 그에 준하는 군 지역은 인구위기지역, 즉 초고령화 사회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며 “고령화사회가 필연적이라면 그에 상응하는, 지역특성을 살린 서점의 커뮤니티 공간화, 지역문화의 산실로서의 역할 등 특화된 서점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현진 문화전문기자 artcb@dynews.co.kr

<이 기사는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의 선정 및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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