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자금 대이동’ 안전자산 선호 현상

 

시중자금의 안전자산 쏠림 현상이 급격히 심화되고 있다.

소비와 투자가 극도로 침체되는 장기불황을 예고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출에서 예금으로, 주식에서 채권으로, 부동산에서 연금으로 시중자금의 대이동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한마디로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의 패러다임 변화다.

국민, 하나, 우리, 신한, 기업은행등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및 적금 잔액은 지난해 말 403조원에서 올해 7월 말 418조원으로 15조원이나 늘었다. 예금의 증가율은 3.3%, 적금은 무려 10.6%에 달한다.

반면에 가계대출은 2조4000억원, 0.78% 늘어나는데 그쳤다. 2010년과 지난해 가계대출 총액 증가율이 각각 8.0%, 7.8%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10분의 1 토막’으로 줄어든 수치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에서 돈을 빌려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하던 시대가 저무는 느낌이다. 자산시장이 침체인데다 미래가 불안하니 현금을 넣어두려는 수요만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극도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펀드시장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올해 들어 주식형 펀드에서는 4조2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반면에 채권형 펀드에는 4000억원이 넘는 돈이 유입됐다.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간 돈이 예금과 채권 등으로 흘러가는 모습이다.

지난달 채권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액은 20조원에 육박해 지난해 12월보다 44% 급증했다. 주식시장의 거래대금이 28% 급감해 6조원에 못 미친 것과 뚜렷이 대조된다.

신한PWM프리빌리지서울센터의 송민우 팀장은 “자산의 70% 가량을 부동산으로 채웠던 부자들의 포트폴리오 변화가 뚜렷하다. 부동산 비중을 줄이고 채권, 연금 등 안전자산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시장에서는 저축성 보험 가입이 크게 늘고 있다. 특히 즉시연금은 부자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수입보험료가 1조9000억원 늘었던 생명보험사의 저축성 보험은 올해 들어 5월까지 벌써 1조6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이 추세라면 올 한해 4조원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목돈을 보험사에 맡겼다가 노후에 연금으로 지급받는 즉시연금(대형 7개 사 합계)은 2010년 9800억원, 지난해 1조3000억원 어치 팔렸다. 그런데 올해는 상반기에 벌써 지난해 전체 판매액을 뛰어넘는 1조4000억원이 판매됐다.

LG경제연구원 이창선 연구위원은 “경기침체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 위험자산을 기피하고 안전자산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며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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