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교사의 교단 일기 ④

김병두(청주 봉명고 교사)

어느새 2012년의 가을 밤도 저물어가고 있다. 그 누가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 하여 우리에게 죄책감을 강요하는가. 어디선가 죄책감을 느끼고 있을 우리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두 권의 책‘열일곱 살의 인생론’, ‘김대중 vs 김영삼’을 추천하고자 한다. 아직 특별하게 읽은 책이 없는 학생들은 단풍이 모두 떨어져 버리기 전에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것이라 믿는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부자가 되어야만 행복한 것인가? 내가 정말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성적은 과연 나의 능력을 올바로 대변해주는 것인가?

오늘날 우리 대한민국 중, 고등학교 학생들은 하루하루 나름대로 심각한 삶을 살아간다. 성적은 마음먹은 만큼 오르지 않고, 부모님과는 잘 풀리지 않으며, 친구들과는 뭔가 어렵고, 이성에 대한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친구, 성적, 이성, 미래, 진로, 진학, 가정 등 주어지는 많은 갈등 상황 속에 무엇 하나 제대로 되는 것은 없고, 뜻대로 되는 일도 없다. 시간이 지나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을수록 미래에 대한 불안은 사회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지고, 삶과 죽음에 대한 고민까지 생겨버린다. 이러한 상황 속에 같은 또래끼리 고민을 나누자니 고만고만하고, 선생님이나 부모님은 친절하지 않을뿐더러 나름 심각한 고민을 배부른 고민으로 치부해버리고 공부나 하라며 나무란다. 어느 누구도 답을 가르쳐주거나 올바른 길을 안내해주지 않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평범한 학생들이 타인의 갈등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본인의 갈등 상황조차 온전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도 그들에게 갈등 상황에서의 올바른 상황 판단 능력, 문제 해결 능력, 위기 대처 능력 따위를 가르쳐주지 않은 탓이다.

‘열일곱 살의 인생론’은 그러한 갈등 상황에 대한 일괄적인 답변을 제시하는 책이 아니다.

갈등 상황들을 몇 가지 철학 물음으로 유형화하여 저자와 독자가 함께 고민해볼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감히 이 땅의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일말의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다고 믿는다. 본인의 상황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라. 가열차게 갈등하라. 그리고 거침없이 행동하라.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 -19세기 유명 시인 네크라소프-

독도 영유권, 종군위안부, 역사교과서, 동북공정을 비롯한 주변국들의 다양한 역사 왜곡 문제가 연일 형태를 달리해 뉴스 1면을 장식하고 있다. 정작 야속한 감정은 왜곡을 유발시키고 있는 상대국이 아니라 미숙한 외교 전략을 구사하는 우리 정부에 있다. 야속한 감정을 뒤로 한 채 수업에 들어가 학생들에게 묻는다.

우리들은 어떠한 과거를 지나 살아왔으며, 어떠한 현재에 살고 있고, 어떠한 미래를 위해 살아가고 있는가.

돌아오는 대답에 슬픔을, 노여움을 느낀다. ‘고구려의 시조가 누구인지.’ 하는 문답에서 스며오는 슬픔은 차치하고라도 ‘가장 최근 대통령 4명의 이름은 무엇인가.’하는 문답에서 사무치는 노여움은 가히 어찌할 수 없는 수준이 되곤 한다. 이런 상황에서 어찌 남 탓만 할 수 있겠는가.

서양의 어느 오래된 철학자는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규정지었다 했던가. 그 말은 곧 ‘정치적 동물’이라는 뜻으로 귀결된다. 결국 인간은 해당 인간이 속해 있는 정치 체제를 벗어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고, 그렇기에 인간이라 할 수 있으려면 본인이 속해 있는 정치의 역학 관계에 대해 기본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정치라는 것은 인간이 공기를 떠나 살 수 없는 것과 같은 층위의 개념이다.

안타까운 것은 여러분들에게 고등학생이라면 응당 갖추어야 했을 기본적인 정치 의식, 나아가 역사 의식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지금 현재 내가 서 있는 세상의 정치에 관심이 없는 인간이 어찌 과거에 누군가가 서 있었을 세상의 정치(역사)에 관심이 있을 수 있겠는가.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에 슬퍼하라. 현재 벌어지고 있는 주변국의 어처구니없는 행동들에 노여워하라. 현재 내가, 또 여러분이 숨 쉬고 있는 이 땅에 일어나고 있는 정치적 사건들에 관심을 가져라.

그런 의미에서 한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영원한 라이벌 ‘김대중 vs 김영삼’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저 무한도전, 1박2일, 런닝맨을 보며 마냥 웃고 떠들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주어진 권리를 활용하여 젊음을 발산하라.

과거에서 교훈을 찾지 못하는 민족은 멸망할 것이다.    -역사학자 토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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