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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권 전치주의 유감
영주권 전치주의 유감
  • 동양일보
  • 승인 2013.03.18 1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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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방송국 기자가 찾아왔다. 영주권 전치주의에 관해 한 말씀 해달라는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영주권이나 국적문제에 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견지해 왔다. 엄격하게 가르치고 시험에 통과한 사람만 국적을 주자고 부르짖었다. 사실 맞는 말이다. 어영부영 국적을 남발하면 미래를 위해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었다. 지난해부터 영주권전치주의라는 말이 나돌고 점차로 제도화되고 있다. 그래서 그날은 많은 다문화가정의 식구들과 통화를 했다. 사람에 따라, 이해관계에 따라 모두 다른 답을 보내주었다. 그들의 의견을 정리하면서 필자의 견해를 보태보고자 한다.

우선 영주권 전치주의란 무엇인가? 이것은 국적을 취득하기 전에 영주권을 먼저 취득하고 일정기간이 지나면 국적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이혼율도 줄이고 탈선(?)도 방지한다는 의미에서 나왔다. 그러나 지나치게 서두르는 경향이 있다.

우선 영주권 전치주의를 찬성하는 이주여성의 예를 보자. 50세가 조금 넘은 필리핀 여성이다. 아직 국적은 취득하지 못했고, 남편의 나이는 60대 후반으로 생활 능력이 없고 체력의 한계가 오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는 이 여성이 국적을 취득하기는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주변에서 한국어를 가르쳐 줄 수 있는 사람이 사람도 없고, 남편이 죽으면 홀로 한국생활을 꾸려 나가야 한다. 그러므로 영주권이라도 받아서 제대로 살아보고 싶다고 한다. 또 다른 여성은 국적 취득의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영주권을 요구하였다. 한국에 입국한 지 7년이 되어 가는데 역시 한국어 시험이 어려워 통과하질 못했다. 출입국 관리소에 가면 너무 어려운 말만 해서 대답은 하고 오지만 전혀 이해하지 못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영주권은 남편의 허락이 없어도 가능하고, 비용도 저렴하여 남편과 갈등이 심한 여성들이 선호한다.

반대로 영주권 전치주의를 반대하는 입장을 보자. 우선 영주권을 취득하고 다시 국적을 취득해야 하기 때문에 이중으로 국적을 취득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차라리 한국어 시험을 조금 쉽게 하여 바로 국적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또 다른 경우는 남편들의 입장인데, 굳이 영주권을 주는 것보다는 이중국적을 인정해 달라고 한다. 이중국적을 갖고 있으면 한국에서도 편하고 처가에 갈 때나 그 나라에서 일을 볼 때 편하다는 것이다. 남편들의 입장도 여러 가지로 나타나는데 대부분 이중국적을 선호하였다. 영주권을 선호하는 남편은 전술한 바와 같이 나이가 많고, 국적취득에 관한 법률상식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었다. 부지런히 아내의 범죄사실 증명서를 신청하여 영주권을 얻고싶다고 하였다. 다만 통장에 3000만원이 있어야 하는데 어찌해야 하느냐고 도움을 청하기도 하였다.

돌아보니 영주권이든 국적이든 모두 이들에게 어려운 현실인 것은 확실하다. 정부에서는 위장결혼을 못하게 하고, 이혼률을 낮추기 위해 영주권 전치주의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국적을 취득하는 것은 신청 후 6개월 내지 2년 정도 대기해야 하니 영주권을 주면 모든 것이 긍정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특히 국적취득의 경우 자녀가 2명 이상일 때 필기시험을 면제해 주는 제도도 활용할 것을 권하고 있었다.

모든 제도는 시행하고 나면 반드시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법은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고자 마련한 법이라면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 결혼이주여성과 그 남편들의 설문도 받아 보고, 전문가들의 조언도 구하고, 이전에 독일이나 하와이에 가서 살았던 우리 선배들의 이야기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좋은 제도로 정착하려면 심사숙고해서 결정할 일이다. 지나치게 서두를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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