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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빛 품은 저수지 둘레길 여행…천천히 나를 찾아 떠난다
늦가을 빛 품은 저수지 둘레길 여행…천천히 나를 찾아 떠난다
  • 이도근
  • 승인 2013.11.07 2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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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만나는 세종대왕 힐링로드 100리길(7)
-증평·청원·괴산의 언저리…소박하게 즐기는 ‘산중호수’
-산·들·호수·강 ‘종합선물세트’…시간도 쉬어가는 풍경

조금은 느리게 걸어보자. 가을은 걷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 느리게 걷다 보면 바쁘게 살아가면서 보지 못했던,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조금씩 느끼게 된다. 천천히 걸으며 오롯이 나를 위해 즐길 수 있는 길 여행. 세종대왕 힐링로드 100리길의 일곱 번째 이야기는 늦가을의 감성충전 여행길을 담았다.
청주와 청원, 증평의 아름다운 여행지를 한 데 묶어 문화와 예술, 생태환경을 즐길 수 있도록 기획된 ‘세종대왕 힐링로드 100리길’은 가을에도 딱 맞는 여행지. 올레길이나 둘레길 등 대부분의 길들이 생태를 테마로 하지만, 이 길은 역사와 농경, 주민이야기까지 꽉 채운 색다른 문화벨트로 곳곳의 숨은 비경을 자랑한다.
증평 삼기저수지의 수변생태길은 수변데크길을 저수지 둘레에서 마을까지 연결한 길. 오색빛깔의 숲과 이를 그대로 찍어내는 고요한 저수지의 풍경은 단박에 마음을 채워버리는 묘한 마력을 지녔다. 급행으로 멀어져 가는 가을, 위안이 되는 길 여행을 떠나보자.

●산중호수와 같은 ‘삼기저수지’
증평군의 젓줄 보강천의 지천 삼기천은 증평의 명산 좌구산에서 발원하여 흐른다.
삼기저수지부터 사곡리 합수점까지 8㎞를 흐르는 삼기천은 증평군 남동부의 들판을 적시는 아름다운 물줄기다. 좌구산 계곡의 물이 끊임없이 들어와 삼기저수지의 물을 채우고, 저수지의 풍부한 물은 삼기천으로 흘러 들어간다. 때문에 삼기천은 사시사철 물이 마르지 않는 풍부한 수량을 자랑하며, ‘녹색도시’ 증평을 더욱 아름답게 수놓는다.
삼기저수지는 증평과 청원 미원면, 괴산 청안면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다. 경계가 주는 양면성은 때로는 관광객에게 무척 도움이 된다. 심리적으로 가까운 거리감에다 수려한 자연까지 모두 가질 수 있기 때문.
삼기저수지는 그래서 접근성도 좋다. 증평과 청원의 미원면과 괴산군의 청안면을 잇는 540번지방도가 저수지 언저리를 지나고 있어 언제든 들릴 수 있다.
운전을 하다가 힘들면 잠시 차를 세워두고 산책을 즐기기도 좋다. 도로 옆에는 2곳의 주차장이 마련돼 있고, 도로 아래에는 수변데크산책로가 설치돼 있다. 데크로드는 수면 위와 아래를 넘나들며 마치 호수 위를 걷는 듯 느낌을 준다. 저수지를 한 바퀴 휘감아 도는 이 길은 아름다운 저수지의 풍경도 한층 가깝게 감상할 수 있다. 곳곳에 벤치 등 쉴 곳도 있어 쉬엄쉬엄 유유자적하기에 좋다. 그저 할 일 없이 앉아만 있어도 도심과는 다른 기분이다.
좌구산과 구녀산, 구석산이 각각 동쪽과 남쪽, 서쪽을 감싸고 북쪽으로는 트여있는 지형지세를 이용해 조성된 삼기저수지는 마치 산중호수와 같은 아름다운 경치를 간직한다.
남쪽으로 구녀산 줄기의 자락을 적시면서 그 산을 반추하는가 하면 수변의 미류나무가 인상적인 저수지의 남쪽 마을 삼기리의 풍경과 함께, 마을 뒷산인 구녀산이 저수지를 병풍처럼 두르고 있어 아늑한 맛도 느껴진다.

●등잔걸이 길에 얽힌 이야기
삼기리 서남쪽의 율리관세음보살입상이 있는 골짜기를 등잔골이라 부른다. 그래서 삼기저수지 수변산책로에서 등잔골로 향하는 길에는 ‘등잔길’ ‘등잔걸이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곳에는 어디서 들어본 듯, 그러면서도 낯선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곳은 양쪽으로 숲이 무성하게 우거져서 낮에도 해가 잘 들지 않았다. 더구나 멀리서 바라보면 그 모양이 여인의 음부를 닮아 음기가 센 곳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곳에 집 짓고 살기를 꺼려했다.
그렇지만 한 남자가 어린 딸을 데리고 이곳을 찾아와 집을 짓고 산을 일궈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 그 남자의 어린 딸은 총명하고 아름다운 처녀로 자랐다. 남자는 딸을 혼인시키려고 사윗감을 찾았지만 마을사람들은 음기가 센 곳에서 자란 처녀라 혼인을 하면 신랑이 단명을 한다는 이유를 들어 혼인을 꺼려했다. 혼기를 놓친 처녀는 아버지와 열심히 농사를 지으며 살았지만 마음 한구석이 텅 빈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과거를 보러가던 선비가 이 골짜기를 지나다가 처녀를 만나 첫눈에 반해 사랑을 했다. 선비는 과거를 마치고 처녀를 데리러 오겠노라고 약속을 했다. 처녀는 선비의 약속을 믿고 날마다 골짜기 입구에서 선비를 기다렸다. 혹시라도 선비가 밤에 돌아올 때 어둡고 깊은 골짜기에서 넘어질까 봐 밤에는 등잔을 들고 골짜기 입구에서 선비를 기다렸다. 그러나 3년이 지나도록 선비는 돌아오지 않았다.
3년을 하루도 빠짐없이 선비를 기다리던 처녀는 기력이 쇠해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했다. 아버지는 그런 처녀를 극구 말려보았지만 처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음기가 센 곳으로 알려진 이 골짜기는 3년 동안 처녀가 들고 있는 등잔불 덕분에 밤마다 환했다. 그때부터 사람들의 입에서 밤에도 해가 뜨는 양기의 땅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만 3년이 지나 4월 그믐밤에 평소와 다름없이 등잔을 들고 선비를 하염없이 기다리던 처녀는 결국 서 있는 자세로 죽어 망부석이 되고 말았다. 그때부터 사람들이 이름도 없었던 이 골짜기를 등잔걸이 골로 불렀고 이 골짜기로 들어가는 길은 자연히 등잔걸이 길이 됐다.
처녀가 등잔걸이 망부석이 된 4월 그믐밤에 이 길을 걸으면 밤에도 해가 뜨는 곳의 양기를 받아 아들을 낳는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산·들·호수·강 ‘종합선물세트’
삼기저수지는 산과 들, 호수와 강을 모두 한 번에 만나 볼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다.
삼기저수지에 최근 둑 높이 공사가 진행되면서 저수지의 상류에 자리 잡고 있던 삼기리가 수몰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전부터 있던 이 마을은 사라졌지만 마을이 있던 자리 중 일부 수몰되지 않는 자리는 생태공원이 조성되었다.
새롭게 조성된 삼기저수지 수변길과 함께 증평군민의 품으로 되돌아온 것. 둑 높이 공사를 하면서 기존에 조성되었던 수변산책로 500m 구간을 대폭 늘려 총장 3km에 이르도록 조성된 수변산책로는 생태공원에서 걷기를 시작하여 삼기저수지를 한 바퀴 돌아 원점으로 돌아올 수 있다.
삼기저수지의 멋진 풍경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도로를 벗어나 저수지의 풍경 속으로 푹 빠지는 아름다운 길은 저수지를 끼고 이어지는 540번지방도 아래 조성된 0.5km의 수변산책로. 이 산책로는 목재 탐방데크가 수면위로 지나가기도 하여 저수지의 다양한 풍경을 감상하면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길이다.
삼기리 땅 중 침수되지 않는 곳에는 생태공원이 조성돼 있다. 수변산책데크는 이곳 생태공원에서 시작한다. 저수지 상류부분에 위치하고 있는 몇몇의 민가를 지나면 저수지의 풍경이 한층 가까워진다. 오색단풍으로 물든 풍경을 담은 저수지를 걸으면 늦가을 정취가 절로 난다. 데크로드가 끝나면 둑길로 길은 이어지는데, 이 길을 따라 저수지의 수문 쪽으로 이동하면 수문 옆 정자가 있다.
저수지 아래는 장내마을이 있고 주변 모두가 장내마을사람들의 농토다. 저수지가 건설되기 전에는 계곡 아래에 위치하고 있어서 홍수피해를 많이 입었던 이 마을은 전통적으로 수살막이제를 지내고 있다.

●독서왕 김득신과 함께 하는 쉼터
수문 쪽에서 서쪽 제방의 끝으로 이동하면 데크로드가 시작된다. 산자락의 생김새에 따라 길을 내어 걷기에도 보기에도 단조로움이 없는 길이다.
이곳을 지나면 독서왕 김득신 상과 함께 조성된 ‘김득신 쉼터’가 있다. 저수지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경관 좋은 곳에 위치해 발걸음을 절로 멈추게 할 만하다. 이곳에서 독서왕 김득신의 이야기는 끊이지 않을 것 같다.
백곡 김득신(1604~1684)은 최근 증평군이 집중 재조명하고 있는 역사적 인물.
김득신은 백이전(伯夷傳)을 무려 11만3000번이나 읽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다산 정약용조차 ‘여유당전서’에서 “문자와 책이 존재한 후 종횡으로 수천년과 삼만리를 뒤져보아도 부지런히 독서한 사람으로 김득신을 으뜸으로 삼을만하다”고 전할 만큼 독서광이었다.
김득신은 금방 배운 것도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둔재였다. 백곡은 그런 자신의 단점을 극복하고자 공부해야 할 것은 읽고 또 읽어 마침내 자기 것으로 만들고 마는 노력파였다. 책 한권을 11만번 읽었다는 점만 보더라도 그의 노력이 어땠는지 알 수 있다.
증평군은 좌구산의 거북이 이미지인 느림·노력·대기만성과 김득신을 연계한 독서체험마을을 만들 예정이다.
중간 중간 끝났다가 다시 이어지는 데크로드는 산책로의 단조로움을 던다. 쉬어가기 좋은 곳엔 쉼터가 있으니 잠시 간의 한적한 여유를 즐겨보자. 중간에 호수 쪽으로 돌출된 전망대도 있다.
데크로드 한 쪽 언덕에는 ‘율리석조관음보살입상’이 있다. 이 불상은 두 번의 이전을 거쳐 현재의 자리에 위치한다. 이곳은 보상입상이 1979년 삼기저수지 공사로 인하여 수몰위기에 처하게 되자 처음 옮겼던 자리에서 최근 둑 높이 공사로 인해 다시 한 번 현재의 위치로 옮겼다. 율리석조관음보살입상은 증평군 문화재자료 36호로 지정?관리되고 있는 불교문화유산이다. 불상은 중생의 모든 소원을 들어주고 두려움을 떨쳐버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여원시무외인’을 수인으로 하고 있다.
<이도근>

●삼기저수지 가는길
▷차량용 내비게이터 입력 주소=충북 증평군 증평읍 율리 산77
▷중부고속도 증평IC→사거리에서 우회전→연탄사거리→군청사거리→증천교삼거리에서 미원방면 우회전→율리삼거리→삼기저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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