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김병우 교육감의 ‘충북혁신학교’





행정중심 학교체제를 학생
·교육과정 중심으로 전환
김 교육감, 지역 특색 맞는 충북형 혁신학교추진
도의회 동의없이 성급히 진행제동출발부터 삐걱
이달 중순께 규모·방향·소요 예산 등 로드맵발표
 
혁신학교란
혁신학교는 공교육의 새 패러다임을 제시할 파일럿 스쿨’(본보기 학교)이다. 입시위주의 공교육 체계 전체를 한꺼번에 바꿀 수가 없기 때문에 우선 준비된 혁신학교를 중심으로 전체 학교를 점차 바꿔나가자는 취지다.
교사·학생·학부모 등 교육 3주체가 함께 학교를 바꾸자는 아래로부터의 교육운동이다.
입시와 경쟁보다는 함께 배우는 교육 교사와 학생이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학교 교사·학생들끼리 소통하고 협력하는 학교 문화 등이 목표다.
학교장보다는 교사들 중심으로 운영되고, 학생들에게 토론 중심의 수업을 강조한다.
학급인원이 25명 이하인 소규모 학교로 운영하고, 학교 운영과 교육과정 운영에서 자율성을 가지며 교직원의 안정적인 근무와 행정인력을 지원하기 위해 예산이 지원된다.
다만 교육청마다 또는 학교마다 혁신학교의 목표와 운영 형태, 성과는 다를 수 있다.
혁신학교는 지난 2009년 진보 성향의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처음 만들었다. 당시 김 교육감은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며 경기지역 13개 초·중학교를 혁신학교로 지정했다. 이후 2010년 진보교육감이 당선된 6(서울·경기·광주·전남·전북·강원)에 생겨났다. 서울시와 전북은 혁신학교’, 광주시는 빛고을학교’, 강원도는 행복더하기학교’, 전남은 무지개학교라는 이름으로 운영된다.
81일 현재 경기지역은 327(165, 120, 42), 전북은 101(68, 28, 5), 서울은 67(36, 21, 10), 전남은 65(44, 18, 3), 강원은 41(22, 13, 6) 광주는 28(12, 10, 3, 특수학교 3) 등을 지정·운영 중이다.
 
충북형 혁신학교
김병우 교육감은 충북교육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모두가 행복한 충북교육을 만들겠다며 충북형 혁신학교를 제1공약으로 내걸었다.
현재 행정업무 중심의 학교체제를 수업·생활지도 중심으로 전환하는 게 핵심이다. 학교구성원의 자발성에 기초한 학교로써 자율학교 지정을 원칙으로 한다.
소통과 협력의 리더십을 겸비한 교장과 전문성을 갖춘 교사를 지원하는 체계도 구축된다.
교사가 학생 교육과 생활지도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교무행정사2015100, 2016400, 2017년 모든 학교에 배치한다는 방침이다.
수업은 교사의 일방적인 지식 전달에서 체험·탐구, 협력·토론, 공감·상생 중심으로 확 바뀐다.
이렇게 되면 학생들이 수업에 흥미를 느끼게 될 것이고, 학력은 자연스럽게 신장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우선 2015~2017년 초·중등학교 10곳을 혁신학교로 지정하고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충북형 혁신학교는 교육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구도심과 농·산촌지역 작은 학교부터 지정하고 권역별로 운영된다. 지역특색과 학교여건에 맞게 전원형’, ‘도시형’, ‘창의형’, ‘교과융합형등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들 혁신학교에는 연간 1~2억원의 사업비가 지원되고, 학교장과 교사들을 위한 연수비도 지원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로드맵은 8월 중순께 나온다.
도교육청은 충북형 혁신학교가 원활하게 지정·운영될 방안마련을 위해 지난 716일 파견교사 4명과 61, 71명으로 구성된 학교혁신TF팀을 만들었다.
이 팀은 학교 혁신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권역별 혁신학교 공모·지정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김 교육감은 일반학교처럼 교과수업과 창의적 체험활동 수업을 하는데, 수업방식에서 체험·탐구·토의토론학습, 교과간 주제통합학습이 더 많이 이뤄진다고 밝혔다.
 
도의회 제동
하지만 충북도의회가 출발부터 제동을 걸면서 난항에 빠졌다.
도의회 교육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예비혁신학교 운영비 2억원과 혁신학교 교원·관리자 연수비 1433만원 등 사업 기반 마련을 위해 책정한 31009만원의 관련 예산 전액을 삭감시켰기 때문이다.
혁신학교의 효과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충분한 설명 없이 서둘러 추진한다는 게 이유다. 토론회나 공청회 등의 절차를 거쳐 여론을 수렴하면서 추진해도 늦지 않다는 지적이다.
윤홍창 교육위원장은 혁신학교는 학력 저하나 사교육비 증가, 교육예산 고갈, 특정 교원단체의 거점화 등 여러 부작용이 있는데도 김 교육감은 한 번도 합의를 구하지 않는 독선과 아집으로 일관했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다른 지역에서 시행됐던 혁신학교에서는 학력 저하와 사교육비 증가, 비 혁신학교 교사의 사기 저하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이런 문제점의 해결 방안부터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인 이광희 의원은 오로지 진보 교육감의 혁신학교만 못하게 막겠다는 게 도의회의 태도라며 설명이 부족했다는 이류를 들어 아예 혁신학교 준비도 못하게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이 의원은 혁신학교는 김 교육감의 핵심 공약인데 교육청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추진하는 것 같다며 실무책임자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김화석 도교육청 교육국장은 당장 추진하기보다는 관련 사례 분석 등 검토가 필요한데 이를 위한 기본 예산 전액을 삭감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국장은 다른 시도 운영사례와 문제점을 살펴본 후 개선 방안을 내놓아도 늦지 않다“6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예산을 반영하면 우려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혁신학교를 두고 뚜렷한 시각차를 보이며 대립했던 새누리당 소속 지방의원과 김 교육감이 대화 테이블에 앉는다.
이언구 도의회 의장과 윤홍창 교육위원장, 김병우 교육감은 조만간 만나 충북형 혁신학교를 제대로 만드는 방안을 협의키로 했다.
 
학부모 단체 찬반 논란
학부모 단체들은 상반된 시각을 드러내며 찬반 논란이 뜨겁다.
보수성향의 학부모 단체들은 혁신학교 도입으로 학생들의 학력이 떨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시험성적과 입시위주 교육정책의 현실에서 혁신학교는 주입식 교육을 탈피한 수업 방식과 당장의 입시 준비와 관련이 적은 활동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연구학교나 시범학교에 연간 500만원 가량을 지원하는데 혁신학교엔 한 곳당 1000만원씩 쓰는 건 예산 퍼주기로 볼 수 있고 학교·학부모간 위화감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혁신학교가 특정교원단체, 즉 전교조 출신 교사들의 거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가장 민감한 반대 이유로 꼽는다.
또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을 축소하거나 폐지할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결국 학생들을 사교육시장으로 내몰 수 있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충북도학교학부모연합회는 학부모와 교사들의 이해를 구하지 못한 채 성급하게 진행하는 혁신학교 추진에 대해 제동을 걸은 도의회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학교를 실행하고 있는 서울·경기·강원 등에서는 이미 상당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혁신학교에만 예산이 집중돼 다수의 다른 학생들은 기초적인 체험학습 등의 기회마저 박탈될 상황에 처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혁신학교는 전교조들의 집결지가 될 수 있고 평교사가 교장이 될 수 있는 조건들을 갖추고 있음을 고려해 볼 때 학생과 교사중심의 정책이라기보다는 전교조와 일부시민단체, 진보교육감들이 정책실현만을 목적으로 하는 정치행위에 학생들이 실험대상으로 전락하는 실험교육일 뿐이라고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진보성향의 학부모들은 입시·경쟁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소통과 협력, 창의와 인성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학교·교육과정 운영에 자율권을 부여하는 이상적 교육이라며 찬성입장이다.
이들은 교육과정의 다양화와 특성화, 자율적이고 민주적인 학교 운영, 공동체 지향, 학생과 학부모의 참여 확대 등은 혁신학교의 특징이자 잠재력과 가능성으로 꼽는다.
서울지역의 한 학교는 혁신학교로 지정된 2010년 기초학력 미달률이 17%였으나 20118%, 20124%로 줄었고, 지난해엔 기초학력 미달 학교에서 제외됐다.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충북학부모회 등 충북시민단체연대회의는 진보교육감을 탄생시킨 것은 아이들에게 상상력과 창의력, 탐구력, 사고력과 같은 미래형 학력을 길러 주길 요구하는 충북도민의 선택이며, 그동안 충북교육의 잘못된 방향을 수정하라는 준엄한 명령이라고 밝혔다.
통합청주시 아이들을 사랑하는 학부모회는 시험만이 학력을 높일 수 있다는 시험 지상주의를 부추긴 어른들의 잘못된 생각이 학교를 약육강식 경쟁의 장으로 만들었다혁신학교 등 충북교육의 개혁 정책들이 흔들림 없이 계속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시도 사례
기존 혁신학교를 운영했던 6개 시·도는 더욱 확대하고, 8개 시도는 지정·운영할 계획이다.
6.4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서울·경기·광주·전남 교육감 등은 확대 추진을, 인천·부산·세종 등의 교육감은 혁신학교 추진을 핵심공약으로 제시했다.
대전·경남·강원 등의 교육감은 핵심공약으로 제시하진 않았지만 혁신학교를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공교육 정상화 모델로 추진한 경기도형 혁신학교의 정착과 확산을 위해 지원센터를 설립키로 했다. 200913곳으로 출발한 혁신학교가 오는 9월 전체 초중고의 14.5%327곳으로 늘어나면서 별도의 조직이 필요하다는 정책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 지원센터는 인큐베이팅과 컨설팅, 리더양성, 콘텐츠 연구·지원, 지정·평가 기능과 더불어 전국 혁신학교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와 함께 이재정 경기교육감의 공약인 학교공동체 구성원의 공감을 바탕으로 학력과 인성이 조화를 이루는 흥덕고형 혁신학교’ 10곳을 육성하는 작업도 진행한다.
이 학교는 획일적인 모델을 적용하지 않고 지역·학교별 특성에 따라 운영하되 고교의 특성을 고려, 종전 입시 위주 관행에 탈피한 다양하고 미래지향적인 진로교육을 실시한다.
대전교육청도 대전형 혁신학교운영을 위한 조례제정과 혁신학교 설치 추진기획단이 구성된다. 대전형 혁신학교는 동구·대덕구·유성구에 1개씩 지정·운영하며 대덕연구개발특구,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등 주변 인프라를 활용해 창의·융합 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다.
단위학교장 공모임용 및 정원 50% 범위 내 교사 초빙을 검토하고, 학교장 권한과 자율성, 재정 지원을 확대해 서울·경기의 기존 혁신학교와는 다른 명칭과 교육내용의 차별화를 꾀한다.
경남형 혁신학교는 오는 하반기 10곳 안팎의 초··고를 지정해 시험 운영하는 도입기를 지나 내년 3월부터 30곳으로 성장하는 성장기, 201750곳으로 확산하는 확산기를 거쳐 2019년부터 거점학교를 중심으로 연차적 일반화시키게 된다.
강원도형 혁신학교인 강원행복더하기학교는 현재 41곳에서 201518, 20166곳 등 24곳을 신규로 지정해 도내 전체 학교(632)10% 수준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충북교육청 추진 확고
충북교육청의 충북형 혁신학교사업 추진의 의지가 확고하다. 충북도의회의 예산 삭감으로 차질이 예상됐다. 하지만 우선 예산이 소요되지 않는 부분을 중심으로 단계적 추진키로 했다.
교육주체를 대상으로 한 설명회 개최와 함께 내부적으로 협의회를 구성하는 등 여론몰이에도 나선다.
혁신학교 지정·육성을 위해서는 교육주체들의 공감대 형성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도교육청은 본청이나 각 지역교육청별로 직장교육이나 교원연수시 혁신학교와 관련한 특강시간을 마련한 뒤 학교혁신TF팀 관계자가 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다.
특히 김 교육감이 오는 7일부터 각 교육청 순방을 할 때 교사는 물론 학부모 등 교육주체를 대상으로 혁신학교와 관련한 특강을 통해 중요성을 강조할 방침이다.
앞서 지난 71~22일 혁신학교 관련 교사 모임을 중심으로 청주와 충주·제천·옥천·음성에서 혁신학교에 대한 강연과 설명회가 잇따라 열렸다.
오는 5~6일 청주·충주·옥천지역 학교혁신 직무연수에 240명을 예상으로 계획했으나 312명이 신청하는 등 일반 교사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730·31일 보은군 교장 자율장학협의회(25)에서도 강원지역 혁신학교·선진지 견학을 하는 등 일선 학교장들의 관심도 이어졌다.
도교육청은 이와는 별도로 충북의 특성을 반영한 혁신학교의 로드맵 마련을 위해 혁신학교TF팀 관계자, 일선 교사, 경기도교육청 혁신학교 전문가 등 15명으로 충북혁신학교기획협의회를 구성했다.
이 협의회는 현재 다른 지역의 혁신학교 사례를 모아 연구한 뒤 충북 실정에 맞는 혁신학교상을 구현토록 하는 로드맵을 마련하고 있다.
김 교육감은 도의원들에게 혁신학교와 관련한 예산의 필요성과 근거, 합리적 사유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고 설득하지 못한 점을 되짚어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 교육감은 혁신학교 추진과 소통 강화는 도민과의 약속이자 대표 공약이라며 도의회의 예산 삭감으로 다소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재정이 들지 않는 사업부터 시작해 혁신학교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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