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기 홍 청주하나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



현대 의학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수명은 점차 늘어가고 있다.
 인간의 수명이 늘어갈수록 노인인구의 증가는 필연적인 현상이지만 그중에서도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래가 없을 정도로 노인인구의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노년기가 되면 사람들은 대개 몇 가지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첫째 질병, 배우자 사별, 경제사정 악화, 가족과 사회로부터의 고립과 소외로 우울감을 쉽게 경험할 수 있으며 성인기의 우울증과는 달리 죄책감과 자책은 적은 편이다. 또한 배우자나 친지의 사망보다 자기 몸의 질병이 노인들을 더 우울하게 만든다고 한다.
 둘째 내향성과 수동성이 커진다. 노화현상으로 인해서 사회 활동의 범위가 좁아지고 활동자체도 감소되면서 사물의 판단과 이로 인한 행동 반응의 방향을 외부보다는 자기 내부로 돌리려는 성향을 지니게 된다. 더구나 신체상의 변화로 자아상이 달라져서 적극적이고 집요한 노력을 시도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생기게 된다.
 셋째 남녀 역할이 변한다. 남자는 직장과 일보다 대인 관계와 서로 보살피는 관계에 더 신경을 쓰게 되며 수동적이 되어 위축된다. 반면 여자는 의존심이 적어지고, 능동적, 공격적, 권위적이 되어 자기주장을 곧잘 내세우므로 남녀가 서로 비슷해진다.
 넷째 경직성이 증가한다. 융통성이 없어서 아집을 부리며, 익숙한 옛날식으로 매사를 처리하려 한다. 새것과 변화를 두려워하여 물건도 오래된 것을 계속 쓰며, 그것에 대한 애착심이 대단해진다.
 다섯째 조심성이 많아진다. 이러한 변화는 시각, 청각, 기타 신체나 인지기능의 감퇴에 따라올 수 있다. 조심성이 심해지면 가벼운 피해 의식에도 사로잡히며, 쉽게 노여움을 타는데 이는 무시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또 일단 어떤 결정을 내리고도 자신감이 없기 때문에 사태에 대한 확실성을 되풀이해서 높여야 하는 행동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여섯째 의존심이 커진다. 신체적 경제적 능력이 쇠퇴하고 정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메말라 있고 고립되어 있기 때문에 좀 더 든든한 누군가에게 의지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곱째 먹는 것에서 즐거움을 찾는다. 나이가 들면서 호기심이 줄어들고 성적 욕구와 능력이 감퇴하기 때문에 먹는 것에 재미와 마음이 향하게 되며 특히 미각이 감퇴하기 때문에 예전에 즐겼던 음식과 간식을 찾게 되며 이는 심리적 퇴행이 심할 경우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여덟째 인색해지면서 돈을 중시한다. 현재 돈은 일상생활 및 품위 유지에 필수적이라는 생각 때문에 점차 더 중요시되는 경향을 보인다.
 아홉째 살다간 흔적을 세상에 남기려 애쓴다. 그래서 업적, 재산, 골동품 관리에 신경을 쓴다.
 어느 누구도 세월의 흐름에서 비껴갈 수는 없다. 누구나 유년, 청년, 장년기를 지나 노년기에 이르기 마련이다. 급속하게 노령화 사회로 접어드는 시점에 노년기의 심리 변화를 잘 이해한다면 우리 주위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노인들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좋은 단초가 되고, 이러한 이해는 세대간의 갈등을 줄여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드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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