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테라피스트로 돌아온 권희돈 청주대 교수

▲ 권희돈 교수


권희돈 교수(청주대 명예교수·한국국어교육학회 명예회장)가 문학테라피스트라는 이름으로 돌아왔다. ‘힐링’이 화두로 떠오른 이 시대. 마음의 병을 안고 사는 이들에게 문학을 통한 치유의 길을 안내하겠다고 자청하고 나섰다.
문학테라피스트라는 직업은 많은 이들에게 생소하다. 그도 그럴 것이 문학테라피스트는 권 교수가 새롭게 창조해 낸 단어다. 권 교수는 “인문학의 개념에 정신분석학, 심리학, 철학 등을 도입한 것으로, 책을 정신적 치유를 하는 도구로 삼아보려 한다”며 “문학치료사나 독서치료사와 흡사하지만 좀 더 폭넓은 접근 방식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궁극적으로 인간이 문학을 통해 정신적인 상처를 극복하게 하고, 마음을 치유하며 근원적으로 변화시키고자 한다.
지난 2011년 청주대 국어국문과 교수로 정년퇴직한 그는 사실 바리스타로서의 인생 2막을 꿈꿨다. 지금까지 남에게 받기만 했던 삶에서 이제 남에게 서비스를 하는 삶으로 변화해야겠다고 결심했던 것. 커피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했고, ‘스토리가 있는 브랜드 네이밍 카페’를 주제로 한 프레젠테이션 후 당당히 서울시의 창업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권 교수는 “그렇게 해서 여러 가지를 구체화하던 중 직접 카페를 차리고 장사를 하는 것이 체질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문득 세상 사람들이 병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즐거워야 할 청춘들이 아픈 것이 우리 사회가 병들었다는 증표”라고 말했다.
좀 더 깊이있게 알아보고자 정신과를 찾아가 보기도 했다. 그러나 의사들은 이야기를 들으려 하기 보다는 약으로 치료하려고만 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아픔을 줄여줄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이때였다.
이후 청주대 평생교육원, 청주 흥덕문화의집 등에서 강의를 했다. 열정은 가득했지만, 막상 수강생들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평생교육원에서 연 첫 강의에 4명이 왔고, 흥덕문화의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급기야 수강생은 한명으로 줄었고, 개강 첫 날 단 한명의 수강생도 오지 않는 사태가 발생했다.
권 교수는 “대학에서는 적어도 학생들이 없어 걱정하는 일은 없었고, 나름 강의에 대한 자신감과 신뢰감도 있었다”며 “엄청난 절망감이 들었다. 교실을 나와 무작정 걸으며 점차 자신의 책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밝혔다.
공부를 다시 시작하고, 강의를 새롭게 짜던 중 지난 3월 충북 NGO센터로부터 강의 제안이 왔다. 일방적인 강의 보다는 많은 이들이 자신의 삶을 덜어놓고 마음을 채워가는 과정을 경험하도록 하고자 독서 모임으로 조직했다.
책을 읽고 와서 이에 대한 감상을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책을 통해 자신을 치유하고 숨어 있는 희망을 찾아가고자 하는 것. 문학 장르도 시, 소설, 수필, 희곡 등에만 한정짓지 않는다. 신화나 성경, 불교경전, 대중가요도 좋은 텍스트가 된다. 권 교수는 “인순이의 노래 ‘아버지’는 유행가 가사이지만, 문학이기도 하다. 미군이었던 아버지가 떠나버리고 혼혈아로 태어난 상황에서 인순이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며 “이렇게 문학 중 가장 최고의 문학은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삶 속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2기 ‘문학을 통한 치유와 소통’ 독서모임은 오는 16일부터 12월 2일까지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마다 충북NGO센터 어울림 도서관(☏043-273-0321)에서 진행된다. 권 교수의 강의와 참여자들의 토론, 지난주 학습 주제의 실천사항을 주 내용으로 한다. 참가비는 3만원이며 치유에 관련된 도서를 구입하는 곳에 사용될 예정이다.
<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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