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청춘이다”란 말은 좀 엄살기가 있어 보인다. 청춘은 미래가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행복하다(고골리) 하지 않았는가. 청춘이 정말 아프다면 그 사회는 미래가 없는 사회이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 청소년 자살률은 몇 해째 세계 1위 기록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청춘 사회가 정말 병들었나보다. 청춘이 병들었다는 것은 모든 세대가 병들었다는 뜻일 터이다.
청춘이 병들긴 하였지만, 그 아픔은 아직 노인들에 비할 바 아니다. 우리의 노인들은 아웃사이더가 되어 밖으로 내몰리고 있다. 경로당으로 파고다 공원으로 종3 전철역 지하도로 내몰려 쓸쓸한 하루하루를 보낸다. 경로당이나 파고다공원이나 종3 전철역 지하도는 우리 사회의 아웃사이더가 모이는 장소가 돼 버렸다. 나라를 위해 청춘을 바쳐 일하고 자식에게 모든 걸 다 주고 나서 경계선 너머로 쫓겨났다. 가정이나 사회 어느 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한다. 남은 건 늙고 병들고 외롭고 쓸쓸함뿐이다.
인간의 가장 깊은 욕구는 단절감을 극복하고 싶은 욕구이다. 외로움이라는 감옥을 탈출하고 싶은 욕구이다. 이런 욕구의 충족에 완전히 실패한 게 정신병이다.(에리히 프롬) 노년에 이르렀지만 외롭지 않게 사는 법을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스스로도 준비하지 못하였다. 더욱 안타까운 일은 그 외로움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미 그렇게 살 수밖에 없도록 길들여졌는지도 모른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으니 노인인 당사자들이 주체가 되어 스스로 극복해야 하지 않을까?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기간이 아니라/마음가짐을 말한다/-<중략>-/청춘이란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안이함을 선호하는 마음을 뿌리치는 모험심을 의미한다/때로는 20세 청년보다 70세 노년에게 청춘이 있다/나이를 더해가는 것만으로 사람은 늙지 않는다/이상을 잃어버릴 때 비로소 늙는다/세월은 피부에 주름살을 늘려가지만/열정을 잃으면 마음이 시든다/-<중략>-/70세든 16세든 인간의 가슴에는/경이에 이끌리는 마음/어린애와 같은 미지에 대한 탐구심/인생에 대한 흥미와 환희가 있다/영감이 끊기고, 정신의 아이러니에 눈에 덮이고/비탄의 얼음에 갇힐 때/20세라도 인간은 늙는다/머리를 높이 치켜들고 희망의 물결을 붙잡는 한/80세라도 인간은 청춘으로 남는다
(사무엘 울만의 시 <청춘> 중에서)


청춘은 인생의 어느 기간이 아니라 마음가짐이다. 그 마음은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 안일함을 뿌리치는 모험심을 의미한다. 모든 인간의 가슴에 있는 경이감과 미지에 대한 탐구심, 삶의 흥미와 환희를 잃지 않을 때 그리고 희망의 물결을 붙잡을 때 80세라도 청춘으로 남는다.
언뜻 보아서는 노년에게 용기를 주기 위한 시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청년에게 희망을 잃지 말라는 경고성 메시지가 더 강력하게 나타난 시이다. 16세 소년이라도 20세 청년이라도 이상을 잃고 열정을 잃고 영감이 끊기고 비탄에 사로잡힐 때 늙는다고 하였다.  
시인의 가슴 속에는 시인이 살고 있다. 그 시인이 죽으면 인류의 마지막 사람이 죽는다.(프로이트) 그가 말하는 가슴 속 시인은 사무엘 울만이 말하는 경이감, 탐구심, 흥미, 환희일 것이다. 결국 두 사람의 말은 표현은 다르지만 같은 말이다. 사람은 가슴 속의 순수한 그 무엇을 잃을 때 죽는다. 그 무엇은 희망이다. <청주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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